관세 시험대 오른 국내 철강업체, 쿼터제 폐지에 대응 전략 고심
한국의 강관 제조 강자 세아제강 (출처: Chosun Biz)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12일(현지시간)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발 빠르게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부터 적용됐던 수출 무관세 쿼터제(연 263만 톤)가 해제되며, 한국 철강업체들은 완전 경쟁 시장에 직면하게 됐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일로 예정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포고문을 통해 예고한 조치다.
국내 철강업계는 쿼터제 폐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탄력적인 수출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 쿼터제에서는 세부 품목별로 수출량이 제한돼 미국 내 수요가 높은 품목조차 할당량을 초과해 수출하기 어려웠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 철강재 수출량은 약 276만 톤으로, 이 중 강관류가 108만9200톤, 판재류가 131만6900톤, 봉형강류가 19만3500톤을 차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를 내더라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며 "특히 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해 수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 부담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관세로 인해 미국산 철강재가 더 경쟁력을 갖게 되면, 미국의 철강 수입 전반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3.1%를 차지했다.
또한, 철강·알루미늄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파생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이나 전기·전자 제품에 쓰이는 철강·알루미늄도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세부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추가 가이드라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철강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에는 강관이나 플랜트 제작에 필요한 후판, 형강 등의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이 진행된다면 거대 시장이 열릴 수 있어 철강업계에는 매우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 및 업계와 논의를 통해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쿼터제 폐지를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새로운 수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