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러시아 시장 재공략… 미래차 개발·수출 확대 전략
중국과 러시아에서 다시 점유율을 되찾아 오려는 현대자동차그룹 (출처: ET Auto)
현대차그룹이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다시 본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친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법인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러시아 시장에 대한 재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올해 중국 전략 차종으로 개발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OE'(코드명)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2026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한 신에너지차 5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지난달 주주 서한을 통해 "중국 시장은 과잉 공급으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판매량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심층적인 시장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는 최근 생산 시설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고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까지 '쿠스토' 1종만 수출하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아반떼', '무파사' 등으로 확대해 수출량을 445대에서 4만4638대로 100배 넘게 끌어올렸다.
기아도 중국 시장에서 수출 전략을 강화해 지난해 영업이익 505억8700만 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아는 2023년 내수용 소형 세단 '페가스'와 SUV '쏘넷' 등을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지로 수출하며, 수출량을 2022년 3만3047대에서 14만724대로 4배 이상 늘렸다. 올해는 수출 대상국을 80개국 이상으로 확대해 18만 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하이에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현대코모기술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자본금은 약 2억1300만 위안(약 430억 원) 규모다. 상하이는 현재 1003곳, 총 2000km 구역을 자율주행 시험 운행에 개방하고 있어 현대차의 연구개발에도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전망이다.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러시아에서 각각 20만5801대, 16만7331대를 판매하며 현지 2, 3위를 차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철수한 상태다. 특히 현대차는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단돈 16만 원(1만 루블)에 매각해야 했다. 재진출을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의 승인과 가격 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중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지난해 하발(19만 대), 체리(15만7000대), 지리(14만9100대), 창안(10만6100대) 등 중국 업체들이 라다(43만6200대)에 이어 신차 판매 2~8위를 휩쓸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중국 법인을 통해 수출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미래차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 전략 차종 출시는 필수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