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 전쟁 확산… 글로벌 경기침체 ‘트럼프세션’ 우려
글로벌 우려에도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출처: Financial Times)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전쟁이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세션(트럼프+리세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1.4%에서 1.2%로 하향 조정됐다. ECB는 "무역 정책 등 광범위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수출 감소와 투자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첫 타깃이었던 중국, 멕시코, 캐나다도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6%로 절반 가까이 낮췄으며, 최악의 경우 0.2%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도 2.1%에서 1.8%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최근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와 HSBC는 4.5%, UBS는 4%로 낮춰 잡았다. 인도(7.2→6.4%), 대만(3.29→3.14%), 태국(2.9→2.5%) 등 주요 대미 수출국들도 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경기 침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발표된 수치다. 세계은행은 미국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다른 국가들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성장률이 0.3%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세계 교역량은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항공 운임인 발틱항공운임지수도 올해 들어 20% 하락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되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관세 전쟁의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초보다 급격히 하락해, 9일 달러인덱스는 103.88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1월 13일) 기록한 109.96 대비 두 달 만에 5.5% 급락한 수치다.
반면, 글로벌 자금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유럽과 일본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운송·주택 등 인프라에 10년간 5000억 유로(약 787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ECB는 지난 6일 연속으로 정책 금리를 인하해 유로화 가치를 부양하고 있다.
일본 엔화 역시 최근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3시 40분 기준, 엔화는 연초 대비 6.2% 오른 147.67엔에 거래됐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글로벌 자금은 미국이 아닌 비미국(Non-US)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발 무역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보호무역주의 대응과 경기 부양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