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충격 완화… 아시아·유럽 시장 점진적 회복
미국 증시가 폭락한 다음 날인 11일,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시장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장 초반 큰 폭의 하락을 보였으나 이후 낙폭을 줄이며 0.7% 하락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에서도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과 비슷한 수준에서 개장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국 선물 시장에서도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S&P500 선물은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5시경 0.4% 상승했고, 하루 전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나스닥100 선물도 0.5% 반등했다.
전날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다. S&P500 지수는 2.7% 하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4.0% 급락해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률을 보였다.
TD증권 아시아태평양 금리 전략가 프라샨트 뉴나하는 “시장이 폭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반응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세와 경기 침체는 결국 디스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채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됐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 하루 만에 10bp(1bp=0.01%) 하락한 데 이어, 이날 2bp 더 떨어진 4.12%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 수익률도 3.88%로 내려앉으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85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12일 발표될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러한 기대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외환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수요가 여전히 존재했으나 변동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블룸버그 달러현물 지수는 0.3% 하락했고,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147.2엔에서 거래됐다. 유로화도 0.6% 상승해 1.10898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일부 반등했다. 전날 78,00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2.1% 상승해 80,927.99달러까지 회복했다. 이더리움(ETH) 역시 2% 상승한 1,906.22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OPEC+의 증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편, 금 가격은 온스당 2,908달러로 상승하며 지난달 기록한 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 증시의 폭락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었지만, 현재 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와 정책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