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월 CPI 예상치 하회, 경기 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 일단 보류
예상치를 하회한 CPI와 근원 CPI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2.9%보다 낮은 수치로, 1월 CPI 상승률인 3%에 비해서도 둔화된 결과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이는 최근 4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시장 예상치보다 소폭 낮았다.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각각 시장 전망치였던 3.2%를 하회했다.
이번 CPI 상승률 둔화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2% 낮아지며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했다. 그러나 주거비는 같은 기간 4.2%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고,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해 계란 가격은 58.8%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CPI 수치를 적당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만약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면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었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았다면 경기침체 리스크가 부각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물가 지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2월부터 미국이 부과하기 시작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가구, 의류, 전자제품에서 중국산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세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관세전쟁이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으로 가격 인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한편, 경기 침체 가능성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실시간 경제성장률 예측 모델인 'GDP 나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4%로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입을 앞당기고 수출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 주요 지수 선물은 1%대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되며 4.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물가 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고, 섣부르게 금리를 조정하면 오히려 경기 침체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최근 통화정책 포럼에서 "미국 경제는 양호하다"며 "서둘러 통화정책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