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못 믿겠다”…독일, 뉴욕 연준 보관 1200톤 금괴 인출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둘러싼 신뢰 붕괴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차기 정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 중인 자국 금괴 약 1,200톤(약 181조 원 규모)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독일 차기 집권연합에 속한 기독민주당(CDU)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파트너가 아니라고 판단해 금괴 인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금괴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연준 지하 금고에 보관돼 있으며, 이는 독일 전체 금 보유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 보유국으로, 금은 주로 전후 유럽 부흥 과정과 브레턴우즈 체제 속 무역흑자 축적으로 쌓인 자산이다.
CDU 소속 마르코 반더비츠 전 의원은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 위로 올라온 건 사실”이라며, 실제 인출 가능성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NATO 내 안보 책임에서도 유럽을 홀대하는 등 적대적인 기조를 강화하면서, 독일 내에서는 미국에 자산을 맡기는 리스크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금고에 금을 보관하는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달러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판단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납세자협회의 미하엘 예거는 “독일 금괴는 최대한 빨리 프랑크푸르트나 유럽 내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독일 중앙은행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금 보관 파트너”라며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자산 회수 차원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가 국제 금융 질서와 글로벌 동맹국들의 전략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