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공학자의 관점
마이클 세일러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그를 트레이더나 투자자로 보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은 그가 비트코인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의 근간을 이룬다.
트레이더가 아닌 엔지니어
세일러는 자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실제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사람들은 제가 트레이더라고 생각해요. '세일러가 수십억 달러를 벌었네, 수십억 달러를 잃었네' 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트레이딩을 하지 않아요. 저는 엔지니어입니다.
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어요. 비트코인이 80억 명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저는 비트코인이 확산되길 바라죠. 마이크로스트레티지에서도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어요.
물론 주주들을 위해 돈을 버는 것도 좋아하고, 직원들을 위해 돈을 버는 것도 좋아하죠. 고객들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사람들은 이걸 투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어제 TV에 나갔는데, '비트코인이 3만 달러로 떨어지면 어떡하죠?'라고 물어보더군요.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죠?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엔지니어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완벽한 화폐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승리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죠.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비행기가 날 것을 어떻게 알죠? 총이 발사될 것을 어떻게 알죠? 계단이 작동할 것을 어떻게 알죠? 저는 엔지니어니까요. 우리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세일러는 뼈속부터 엔지니어다. 공학도로서, 그리고 IT 사업가로서 평생을 살아왔다. 비트코인은 그가 자신과 회사, 그리고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솔루션이자 도구일 뿐이다. (출처: Into The Impossible)
시사점
세일러의 자기 정의는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깊은 확신의 근원을 보여준다. 트레이더는 가격의 등락에 집중하지만, 엔지니어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설계와 작동 원리에 주목한다. 이는 마치 비행기 설계자가 날씨나 기류의 일시적인 변화보다는 비행의 물리학적 원리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특히 그의 비행기, 총, 계단 비유는 매우 시사적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한번 제대로 설계되면 물리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작동한다. 세일러는 비트코인도 이와 같은 필연성을 가진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성공이 투기나 운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것의 근본적인 설계에 내재되어 있다는 그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엔지니어적 관점은 또한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방식도 결정한다. 트레이더는 가격이 하락할 때 패닉에 빠지지만, 엔지니어는 시스템의 기본 원리가 흔들리지 않는 한 동요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세일러가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전혀 개의치 않는 이유다.
금융 시스템의 엔지니어링
세일러는 다른 모든 인간의 창조물처럼 금융 시스템도 엔지니어링에 의해 탄생했으며, 엔지니어링이 된 방식에 의해 그 가치와 한계가 정해진다고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금융 시스템 자체를 엔지니어링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요. 지금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은 심각한 설계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자산의 수명 문제죠.
페소에 10억 달러를 넣으면 2년 만에 사라져요. 98%의 인플레이션이 당신의 경제적 에너지를 모두 앗아가버리거든요. 터키 리라는 3년이에요. 미국 달러는 14년 정도 버틸 수 있죠. 하지만 14년 동안 점진적으로 가치가 빨려나가는 거예요.
헤지펀드는 2%의 운용 수수료와 수익의 20%를 가져가죠. 일반적인 자산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4%의 비용이 들어요. 이건 25년짜리 자산이란 뜻이에요. 국채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세후 3.5% 수익률은 7%의 통화 인플레이션과 맞붙어 싸워야 해요. 30년 정도 버틸 수 있죠.
물리적 자산도 마찬가지예요. 페라리는 5년 만에 보험과 유지비, 감가상각으로 자산 가치만큼을 써버려요. 마이애미 비치의 주택? 1000만 달러짜리 집을 사면, 17년 동안 그 집을 유지하는 데 1000만 달러가 들어요. 결국 돈이 하나도 안 남는 거죠.
엔지니어로서 이런 시스템의 문제점은 너무나 명확해요. 우리는 더 나은 시스템을 설계해야 했고, 그게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불멸의 자산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지는 자산이죠."

어떤 사람들은 금융 엔지니어링은 진정한 공학이 아닌 숫자 장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하지만 금융 엔지니어링은 그 어떤 엔지니어링보다도 더 큰 부가가치와 부를 창출해낼 수 있는 학문이자 도구다. (출처: Colombia IEOR)
시사점
세일러의 분석은 현대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명확히 지적한다. 그는 마치 기계의 수명을 계산하듯이 각 자산의 수명을 정확히 계산해내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분석가들이 주목하지 않는 차원의 분석이다.
특히 그의 관점은 자산의 '수명'이라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금융 분석가들은 수익률이나 위험도에만 주목하지만, 세일러는 자산이 얼마나 오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는 마치 엔지니어가 기계의 성능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세일러의 분석은 현대 금융 시스템이 일종의 계획된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를 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전통적 자산은 필연적으로 가치가 감소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며,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으로 이어진다.
엔지니어의 보수주의
비트코인 개발에 있어 세일러는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그의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일러의 생각
"비트코인 개발에 대해 저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실제로 제가 보기에 비트코인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과도하게 자금을 지원받은 열정적인 개발자들이에요. 더 나은 것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거든요.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제국은 내부로부터 무너졌어요. 과도하게 자금을 지원받은 변호사들이 더 나은 법을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개발자들이 변호사고, 그들이 쓰는 코드가 법이에요.
99.9%의 아이디어는 실패하고, 천 개 중 하나 정도만 좋은 아이디어예요. 만약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서 자신의 자본으로 위험을 감수하세요. 99%의 확률로 실패하겠지만, 0.1%의 확률로 인스타그램이나 메타, 구글이 될 수도 있죠.
그리고 100% 확실한 건, 성공하고 난 뒤에는 사람들이 비판할 거라는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애플, 구글, 유튜브를 보세요. 큰 성공을 거둔 후에는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따라왔고,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죠. 그리고 99.999%의 사람들은 그들처럼 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어요."
시사점
세일러의 개발자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는 그의 엔지니어링 경험에서 비롯된다. 복잡한 시스템을 다뤄본 엔지니어라면,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처럼 수조 달러의 가치를 보관하고 있는 시스템의 경우, 작은 변경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는 제국 붕괴 비유를 통해 비트코인의 잠재적 위협을 경고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제국은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과도한 개선 노력으로 인해 몰락했다. 이는 비트코인 생태계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더 나은 것을 만들겠다는 선의가 오히려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관점은 혁신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혁신은 기존 시스템을 억지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의 검증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왜 그가 비트코인은 엔지니어링적으로 완벽하고 이후 시장의 검증까지 받은 성공한 아이디어지만, 이를 따라한 다른 프로젝트들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공학적 확신의 근거
세일러는 비트코인에 대한 자신의 확신이 엔지니어링적 분석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트코인의 설계가 수학적, 암호학적으로 완벽하며, 이는 우연이 아닌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물어요. '비트코인이 성공할 거란 걸 어떻게 확신하죠?' 이건 마치 제가 엔지니어에게 '그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 거란 걸 어떻게 알아요?' 라고 묻는 것과 같아요.
엔지니어는 설계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사토시가 만든 비트코인의 설계는 완벽합니다. 21만 개의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채굴 보상이 반감되고, 총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죠.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수학적으로, 암호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거예요.
이게 바로 제가 '비트코인보다 두 번째로 좋은 것은 없다(There is no second best)'고 말하는 이유예요. 비트코인은 완벽한 설계입니다. 다른 모든 암호화폐들은 이 완벽한 설계를 '개선'하려고 했다가 실패했어요. 이더리움의 로드맵을 보세요.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는 모두 프로토콜에 넣으려고 하죠. 이건 강제적인 변형이고, 결국 기형으로 이어질 뿐이에요.
반면 비트코인은 단순하면서도 견고해요. 마치 알루미늄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것처럼요. 알루미늄, 구리, 청동, 강철을 섞어서 비행기를 만든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지 않아요. 엔지니어링 솔루션에서는 가장 적합한 재료를 찾아서 그것만 사용하면 됩니다. 모든 것을 다 넣으려고 하면 오히려 시스템이 망가져요.
원자로도 마찬가지예요. 원자로에 16가지 다른 방사성 물질을 넣지 않죠. 적합한 물질을 찾아서 그것으로 원자로를 설계하고, 그 설계에 맞는 연료를 써야 해요. 요트 엔진에 더러운 연료를 넣으면 엔진이 망가지고, 자동차에 더러운 가솔린을 넣으면 망가지죠. 시스템은 올바른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올바른 연료를 써야 합니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강도가 높으며, 부식에 강해 항공기 제작에 매우 적합한 재료다. 엔지니어링에서는 복잡성을 추가하기보다는 가장 적합한 재료나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트코인도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핵심 원리에 충실함으로써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CNN)
시사점
세일러의 엔지니어링 비유들은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가 주장하는 '완벽한 설계'란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하고 핵심 기능에 집중한 설계를 의미한다. 이는 현대 엔지니어링의 'KISS(Keep It Simple, Stupid)'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그의 비행기와 원자로 비유는 특히 우리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첨단 기술 시스템에서 단순성과 순수성은 결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비트코인의 '단순한' 설계는 실제로 수많은 고민과 계산을 거쳐 도달한 최적의 해답일 수 있다. 이는 마치 알루미늄이 비행기 제작에 가장 적합한 재료로 선택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 나아가 세일러의 분석은 혁신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진정한 혁신은 모든 것을 담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의 '한계'로 지적되는 특성들이 오히려 그것의 강점일 수 있다.
엔지니어링을 통한 미래 건설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닌,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위한 기반 기술로 바라본다. 그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어떻게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엔지니어로서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450조 달러 규모의 자본이 매년 3%씩 엔트로피를 겪고 있다는 거예요. 이는 매년 13.5조 달러가 사라진다는 뜻이죠. 기존의 금융 시스템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우리가 만든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일종의 변압기예요. 비트코인이라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변환시켜서 시장에 공급하는 거죠. 우리는 채권을 통해 저위험 저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을 제공하고, 주식을 통해 고위험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상품을 제공해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문제로 보지만, 이건 에너지예요. 마치 엔진의 RPM과 같은 거죠. 중요한 건 이 에너지를 어떻게 제어하고 활용하느냐예요. 우리는 이 에너지를 채널링해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은 1900년대 초반과 비슷해요. 당시 사람들은 증기기관에 의존하고 있었죠. 하지만 에디슨이 전기를 가져왔고, 헨리 포드가 조립 라인과 내연기관을 도입했어요. 저는 우리가 비트코인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건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거예요."

위대한 발명과 혁신을 기반으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건설한 토마스 에디슨과 헨리 포드는 평생에 걸친 멘토와 친구 관계였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엔지니어링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해왔다. 단지 언제 어떤 새로운 엔지니어링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을 뿐이다. (출처: Ford)
시사점
세일러의 비전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닌,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마치 전기나 내연기관과 같은 근본적인 혁신이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이 설계될 수 있다.
특히 그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금융 에너지의 원천으로 바라본다. 마치 전기가 발전소에서 생산되어 변압기를 통해 다양한 전압으로 변환되듯이, 비트코인의 경제적 에너지도 다양한 형태로 변환되어 각각의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세일러의 분석은 또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 시스템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대안을 설계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급진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