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엔트로피와 자본의 물리학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 주로 금융이나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하지만 마이클 세일러는 이와는 전혀 다른, 물리학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설명한다. 특히 그는 엔트로피(entropy)라는 물리학 개념을 통해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오스가 지배하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카오스(chaos)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추구하며, 변동성과 혼돈을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일러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 그는 카오스야말로 비트코인의 힘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당신이 돈을 은행에 넣고 법정화폐로 저축할 때, 그건 결국 한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거예요. 주식을 살 때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돈을 맡기는 거고, 건물을 살 때는 그 도시의 시장에게 돈을 맡기는 거죠. 예술품을 살 때는 그 문화에 투자하는 거고요.
하지만 비트코인을 살 때는 누구에게 돈을 맡기는 걸까요? 엔트로피의 신들에게요. 카오스의 신들에게 돈을 맡기는 거예요. 그게 바로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베팅이에요. 카오스가 도시들, 기업들, 국가들, 문화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거라는 베팅이죠.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을 생각해보세요. 제가 여러분에게 많은 돈을 주고 선택권을 준다고 해볼게요. 전쟁에 참여할 모든 국가들 중에서 어떤 땅이든, 어떤 건물이든, 어떤 회사든 살 수 있어요. 아니면 모든 참전국들이 돈을 맡길 스위스의 한 은행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전쟁이 오면 카오스가 옵니다. 모든 건물은 폭격될 수 있고, 모든 회사는 무너질 수 있으며, 어떤 땅이든 가치가 없어질 수 있어요. 임대차 계약은 찢어질 거고, 통화는 붕괴될 거예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돈을 은행에 넣고, 서로 죽이더라도, 은행은 그 돈을 갖게 되죠.
이게 바로 비트코인의 아름다움이에요. 비트코인은 카오스로부터 힘을 얻어요. 정부가 비효율적일수록,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기업 환경이 혼란스러울수록, 문화가 변화할수록, 다른 모든 투자는 더 나빠지고 비트코인 투자는 더 좋아져요.
카지노에 들어가보세요. 모든 게임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포커를 제외하면요. 그리고 포커 테이블에서도, 당신이 프로 포커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그 게임도 당신에게 불리하죠. 비트코인은 카지노에서 우리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에요."
시사점
세일러의 카오스 이론은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전통적 자산들은 안정성을 통해 가치를 보존하려 하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카오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 자산들은 정치적 불안정성, 경제적 혼란, 사회적 변화에 취약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혼돈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해진다. 마치 항체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통해 더 강해지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카오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세일러는 24년 6월 BTC Prague에 키노트 연사로 참석해 "비트코인의 21가지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날 그는 비트코인의 카오스 이론을 소개했다. (출처: BTC Prague)
에너지의 흐름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흐름을 에너지의 흐름처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본이 항상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로 흘러가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세일러의 생각
"산 정상에 호수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5000조 갤런의 물이 있어요. 제가 그 물이 어떻게 거기 왔는지 모른다 해도, 물은 거기 있죠. 물은 차갑고 맑아요. 그리고 아래를 보면 폭포가 있어요. 폭포는 아름답고 격렬한 난류를 보이죠. 호수의 물은 잔잔한데, 폭포의 물은 격렬해요.
여러분이 관광객이라면 '왜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지 모르겠네요. 계속 떨어질지도 모르겠고, 이 변동성이 싫어요'라고 하면서 호수 앞에서 셀카나 찍고, 수영하다가 추워서 돌아가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엔지니어라면 어떨까요? 같은 호수와 폭포를 보면서 중력에 대해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 태양에 대해서도 생각하겠죠. 물이 어떻게 거기 왔는지 알게 될 거예요. 태양이 바다를 비추면 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그 구름을 산으로 밀어올리죠. 구름이 응결되어 비가 되고, 그 비가 산을 타고 흘러 호수로 모이는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저 폭포 근처에 댐을 만들면 어떨까? 터빈을 설치하고 10억 갤런의 물을 60피트 아래로 떨어뜨리면, 수력발전소를 만들 수 있겠는데. 다이나모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를 계곡 아래 마을에 공급하면 되겠다.'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좋은 생각이긴 한데,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게 멈추면 어떡하지?'라고 물을 수 있죠. 제가 대답하죠. '물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흐르는 거예요. 뉴턴이 이미 그걸 설명했어요.' 다른 사람이 또 와서 '호수의 물이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고 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5000조 갤런이나 되는 물이 있고, 태양은 계속해서 바다의 물을 증발시키고 있잖아요.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예요. 900조 달러의 자본이라는 물이 있고, 이 자본은 계속해서 더 효율적인 상태로 흘러가려고 해요. 마치 물이 산 정상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요."

세상의 물질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자본은 어떤 법칙에 따라 어디서 어디로 이동할까? (출처: Safaris)
시사점
세일러의 물 흐름 비유는 비트코인으로의 자본 이동이 단순한 투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과 같은 필연적인 과정임을 설명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자본이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낮은 에너지 상태'를 대표한다.
특히 그의 엔지니어적 관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관광객이 폭포의 격렬한 움직임을 두려워하듯이,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이 에너지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변동성도 적절히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엔트로피와의 전쟁
세일러는 모든 자산이 엔트로피(entropy)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 또는 혼돈의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학적 개념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에너지는 산발적으로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전통적인 자산들이 이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반면, 비트코인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세일러의 생각
"인플레이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 금융 자산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에 의해 희석될 뿐만 아니라, 관세, 통행료, 불법 행위, 이전세 등 온갖 종류의 세금에 의해서도 희석되죠. 자본을 움직일 때마다 과세가 이루어져요.
그리고 세금과 불법 행위가 당신을 망치지 않는다고 해도, 날씨, 경쟁, 노후화, 정치, 재난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이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신의 자본 가치를 희석시키죠. 경제적 에너지를 보존하려면 이런 마찰과 싸워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좌절스러운 싸움이고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걸 깨닫고 포기해버려요. 그래서 금융 자산을 포기하고 물리적 자산으로 눈을 돌리죠. 하지만 페라리는 영원히 돈을 보관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5년이 지나면 보험료와 유지비, 감가상각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보세요. 마이애미 비치의 집은 어떨까요? 1000만 달러짜리 집을 사면, 17년 동안 그 집을 유지하는 데 1000만 달러가 들어요. 결국 돈이 하나도 안 남는 거죠.
정치인들은 매우 창의적이에요. 도시세, 군세, 주세, 연방세, 이전세, 사용세를 만들어내죠. 그게 아니라면 임대료 통제나 가격 통제, 문화 충격이 있을 수 있어요. 경쟁이나 차별, 불황도 있고요. 통화가 붕괴될 수도 있고,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낼 수도 있어요. 누군가 현관 앞 보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져서 소송을 걸 수도 있죠."
시사점
세일러의 엔트로피 분석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산의 '영구성'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전통적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부식되고 가치가 감소하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지배받는다.
특히 그는 물리적 자산이 겪는 엔트로피를 다차원적으로 설명한다. 감가상각이나 유지비 같은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세금, 규제, 사회적 변화, 자연재해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자산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는 완벽한 자본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을 시사한다. 즉, 엔트로피에 대한 저항성이다. 비트코인은 물리적 세계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엔트로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이 '완벽한 자본'이 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세일러의 주장이다.
자본 보존의 열역학
세일러는 자본 보존의 문제를 열역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는 특히 열역학 제2법칙을 통해 비트코인의 혁명성을 설명하며, 이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와 비트코인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가 전환되는 과정을 겪으며 최종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이 적어진다는 개념을 설명한다. 세상의 모든 자본도 그랬다. 비트코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출처: Vignette)
세일러의 생각
"MIT에서 배운 열역학 제2법칙은 이렇습니다. '이길 수 없고, 비긴다고 해도 결국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모든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감소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게임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 그러면 비길 수 있고,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죠.
사토시가 바로 그 방법을 찾아냈어요. 비트코인을 통해 우리는 처음으로 엔트로피의 법칙을 우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리적 세계의 모든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되고, 유지비용이 발생하며, 가치가 감소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사이버스페이스에 존재하는 완벽한 자본입니다. 물리적 자산처럼 부식되지 않고,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증가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스르는 영구기관을 발명한 것과 같습니다.
더 나아가, 비트코인은 기존 자산들이 겪는 모든 종류의 마찰을 제거합니다. 국경간 이동에 제한이 없고, 정부의 규제나 은행의 중개 없이도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으며, 누구도 당신의 비트코인을 물리적으로 압류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이 완벽한 자본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엔트로피 저항적인 자본이며, 이는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획기적인 진보를 의미합니다."
시사점
세일러의 열역학적 분석은 비트코인의 혁명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나 금융 혁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엔트로피의 법칙을 우회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발명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통해 '게임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보는 것이다. 기존의 모든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치가 감소하는 '게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었다. 물리적 세계의 제약에서 벗어남으로써, 엔트로피의 법칙을 우회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비트코인의 장기 전망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만약 비트코인이 정말로 엔트로피 저항적인 유일한 자본이라면, 장기적으로 다른 모든 자산의 가치는 비트코인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의 과학적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