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100시간의 법칙
비트코인 이해의 단계
비트코인에 대한 세일러의 가장 유명한 격언 중 하나는 "비트코인을 100시간 이상 공부한 사람 중에는 비판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세일러의 생각
"비트코인은 이해하는 사람이 사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비판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는 항상 이런 일이 벌어져요.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과정은 명확한 단계가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시간 정도 공부하면 '이건 도박이야'라고 말해요. 100시간 정도 하면 '이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죠. 1000시간이 되면 '이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야'라고 깨닫게 돼요.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소 100시간은 투자해야 해요.
제가 만난 모든 비트코인 비판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그들은 100시간 이상 비트코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는 거죠. 워렌 버핏이 비트코인을 비판하지만, 과연 그가 100시간 이상 비트코인을 연구했을까요? 찰리 멍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어요. 2013년 12월에는 '비트코인의 시대는 끝났다, 온라인 도박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트윗까지 했죠.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892달러였어요. 제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한 가격을 받은 거죠."

비트코인의 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2013년 세일러의 트윗.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쯤으로 많은 일반인 투자자들보다도 더 늦게 비트코인 공부를 시작했다. (출처: X)
시사점
세일러의 '100시간의 법칙'은 비트코인 학습 과정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데, 이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 이론과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사람들은 처음에는 기존의 패러다임(전통적인 화폐와 금융 시스템)으로 새로운 현상(비트코인)을 이해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젠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단계적인 공부를 통해서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비트코인도 이해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투기 수단'에서 '투자 자산'을 거쳐 '문명사적 혁신'으로 진화하게 된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인류의 화폐 진화 과정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세일러 본인의 경험 또한 이러한 진화적 이해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비트코인을 비판했지만, 나중에 그것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전체 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는 지식의 축적이 어떻게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인 토마스 쿤은 그의 대표 저서인 '과학 혁명의 구조'를 통해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패러다임의 교체를 통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출처: Britannica)
체계적 학습의 중요성
비트코인에 대한 100시간의 학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일러는 자신의 학습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비트코인 학습 방법론을 제시한다.
세일러의 생각
"2020년, 저는 매우 체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먼저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트코인 전문가 5명을 찾아서 그들의 모든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봤어요. 비트코인 표준(The Bitcoin Standard)을 읽었고,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의 책들도 읽었죠.
더 나아가 에릭 부어히스와 피터 시프의 비트코인 논쟁도 분석했어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주장을 모두 검토하면서, 각각의 논리적 근거를 파악하려 했죠. 이론적 이해를 마친 후에는 실행 모드로 전환했죠. 어떻게 계좌를 만들고, 어떻게 구매하는지, KYC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상세히 알아봤죠.
이런 개인적인 학습을 마친 후에는 조직 차원의 교육을 시작했어요. 회사의 모든 임원들과 이사들에게 세 개의 핵심 유튜브 영상을 보게 했고, 존 페퍼의 '기관투자자의 관점에서 본 비트코인' 논문을 필수 교재로 지정했죠. 그리고 각각의 임원, 이사들과 일대일 미팅을 가지면서 그들의 의문점을 해소하고 비전을 공유했어요. 점차 우리는 합의를 형성했고, 팀을 꾸렸고, 전진하기 시작했죠."

에릭 부어히스와 피터 시프의 토론은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토론이다. 부히스와 시프는 2014년부터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토론을 이어오고 있으며, 시프는 여전히 비트코인의 회의론자로 남아있다. (출처: Soho Forum)
시사점
세일러가 직접 실천한 학습 방법은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잘 보여준다. 그는 기술적, 경제적, 철학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학습을 진행했다. 특히 찬반 양측의 논쟁을 모두 검토하는 균형 잡힌 접근은 비트코인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의 학습 방법은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강조한다. 책과 영상을 통한 개념적 이해에서 시작해, 실제 거래 경험을 통한 실천적 이해로 나아갔다. 이는 비트코인이 이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실제 사용은 점차 단순해지고 있는 특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 시대 비트코인의 최고 권위자인 세일러도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와 책을 통해 공부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에 대해 잘 몰라서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은 어쩌면 변명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만약 세일러의 전망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20년 후 130배 혹은 710배까지 상승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던 공부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위기, 그리고 기회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깊이 연구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직면한 위기 상황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위기의 순간,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만나 다시 테크와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세일러의 생각
개인적인 학습을 마친 후 조직 차원의 교육과 합의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2020년 3월부터 8월 10일까지 이어졌어요. 그리고 8월 10일, 우리는 2억 5천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겠다고 발표했고, 동시에 자사주 매입 기회도 제공했어요. 당시 주가는 120달러 정도였는데, 우리는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하겠다고 했죠. 비트코인 전략을 좋아하지 않는 주주들은 주식을 팔 수 있게 한 거예요.
20일 동안 6천만 달러어치의 자사주 매입 신청만 들어왔고, 남은 현금 1억 7천 5백만 달러로 우리는 추가로 비트코인을 매입했죠. 주가는 올랐고, 스톡옵션 행사로 더 많은 현금이 들어왔고, 우리는 5천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더 샀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런 식으로 계속 전진했어요.
왜 다른 기업들은 우리를 따라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업이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빠른 죽음이나 느린 죽음,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았던 거죠. 저는 10년 동안 가능한 모든 전통적인 방법을 시도했어요. 수백 명의 천재들과 일했고, 제품도 여러 번 리빌딩했죠. 하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졌고,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제롬 파월은 금리를 0%로 내리겠다고 했죠. 집에 갇혀서 일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현금은 가치가 없어졌고, 주가는 폭락했고,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 직원들을 데려가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었어요. 모든 것을 시도해봤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비트코인이었죠.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극한의 상황을 겪지 않았어요. 그들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상장을 폐지하는 길을 택했죠. 하지만 우리는 달랐어요. 우리는 100시간 이상의 연구 끝에 비트코인을 깊이 이해했고 비트코인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세일러는 항상 '더' 갈구했다. 연 매출 5천억원대 회사를 20여년째 이끌고 있었으며,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시대를 미리 예견하여 업계의 존경도 받았지만, 그에게 느린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옵션이었다. (출처: Washington Post)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위기가 어떻게 기회가 될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비트코인을 채택한 것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당시 세일러가 겪었던 상황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에 직면했을 때, 혁신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다. 세일러는 위기를 통해 근본적인 혁신의 기회를 발견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다른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아직 충분히 절박한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깊이 연구할 동기가 부족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비트코인 채택의 미래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할수록, 더 많은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연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위기가 비트코인 채택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