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세일러의 비트코인 철학
세일러의 비트코인에 대한 관점은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서는 깊은 철학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의 철학은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자본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이 장에서는 세일러가 자주 언급하는 핵심적인 철학적 개념들이 갖는 의미를 고찰해본다.
레이저 아이즈의 의미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상징적인 밈으로 자리잡은 '레이저 아이즈'는 세일러에게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는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그는 이를 투자자가 가져야 할 집중력과 규율의 상징으로 재해석한다.

레이저 아이는 2021년 초 강세장 때부터 유행한 밈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상징한다. 이 밈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열정과 단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 X)
세일러의 생각
"많은 사람들이 레이저 아이즈를 그저 밈으로 생각하죠. '비트코인 10만 달러 가즈아!'하는 식의. 하지만 이건 밈이 아닙니다. 레이저 아이즈는 여러분을 끝없는 거짓말들로부터 보호해주는 거예요.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세요? 레이저 아이즈를 착용하고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오르는 걸 보고는 승리를 선언하고 레이저 아이즈를 벗어던진 사람들이에요. 레이저 아이즈를 벗지 마세요. 레이저 아이즈는 여러분에게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피하라고 말해주는 신호예요.
비트코인이 1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가는 동안 승리를 선언하고, 그러고는 16개의 쓸모없는 사업과 14개의 어리석은 산업에 뛰어드는 거죠. 왜요? 자신이 천재라고,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레이저 아이즈를 벗어버린 거예요. 교만은 패망에 앞서 온다는 말이 있죠.
아이폰용 모바일 앱이 280만 개나 만들어졌지만, 여러분은 아마 그중 열두 개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크롬 확장 프로그램은 180만 개가 있지만, 여러분은 아마 두 개도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의 99.9%는 실패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의 아이디어는 성공할 거라고 확신하죠.
레이저 아이즈는 겸손함을 의미해요. 다른 모든 것들이 여러분을 속이려고 할 거예요. 모두가 비트코인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비트코인은 이제 끝났다고 말할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은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질 수 있어요. 어쩌면 비트코인을 100에 사서 5,000에 팔았기 때문에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러고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16개의 쓸데없는 사업을 시작할 거예요."
시사점
세일러의 레이저 아이즈 해석은 표면적인 밈 문화를 넘어서는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그에게 레이저 아이즈는 투자자가 가져야 할 집중력과 겸손함의 상징이다. 이는 단기적인 성공에 도취되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그의 분석은 성공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초기 성공을 경험한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하여 불필요한 다각화나 모험적인 투자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레이저 아이즈는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신적 장치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일러는 지속적인 집중력과 규율이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이는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서는 삶의 철학으로까지 확장된다.
절대 팔지 않는 이유
세일러의 'HODL' 철학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강력한 신념 중 하나다. 그는 이를 단순한 투자 전략이 아닌,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2013년, 한 유저가 비트코인 포럼에 "I AM HODLING"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버티겠다는 내용이었는데, "HOLD"를 "HODL"로 잘못 타이핑하여 밈이 되었다. 이후 HODL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매도를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유한다"는 의미로 정착되었다. (출처: Bitcoin Forum)
세일러의 생각
"비트코인은 에너지입니다. 비트코인은 생명이에요.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세요. 생명을 낭비하지 마세요. 가족이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지켜주는 불을 꺼뜨리지 마세요. 당신에게 생명이 주어졌다면, 그건 아름다운 것이죠. 아름다운 일들을 할 수 있어요.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마세요.
사토시는 우리에게 경제적 에너지를 주었어요. 당신은 그것을 포착하고, 소유하고, 보존할 수 있어요. 버리지 마세요. 경제학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은 지난 4년간 매년 50%씩 상승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산을 팔 때마다, 당신은 그걸 무엇과 바꾸고 있나요?
다각화란 승자를 팔아서 패자를 사는 것입니다. 언제 비트코인을 팔아야 하냐고요? 당신의 가족이 죽어가고 있을 때입니다. 당신의 생명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 그때 비트코인을 거래하세요.
전 세계는 당신이 비트코인을 팔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비트코인을 자신들의 헤지펀드나, 주식이나, 아이디어와 교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어느 누구도 '당신의 돈을 주지 말라'고 말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없어요."
시사점
세일러의 'HODL' 철학은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서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닌 '경제적 생명력'으로 바라보며, 이는 쉽게 포기하거나 거래될 수 없는 근본적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특히 그의 관점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다각화 개념에 대한 도전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투자 이론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다각화를 강조하는 반면, 세일러는 최고의 자산을 확보했다면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뛰어난 사업 모델을 발견했다면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여러 개의 평범한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낫다는 기업 경영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더불어 그의 분석은 현대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지속적인 거래와 자산 회전을 유도하는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금융 산업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내며, 장기적 가치 보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트코인과 겸손
세일러는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 큰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비트코인의 복잡성과 진화 가능성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을 반영한다.
세일러의 생각
"비트코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비트코인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면, 당신은 결코 비트코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이건 역설처럼 들리지만 진실입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프로토콜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에요. 바이러스와 같은 거죠. 경제적 바이러스, 통화적 바이러스, 이데올로기적 바이러스예요. 시간과 공간을 통해 퍼져나갈 거예요. 레이어 2, 레이어 3, 레이어 4, 레이어 5에서 사용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이해해야 해요.
10년 후, 50년 후, 100년 후에 100억 명의 사람들이 아직 발명되지도 않은 300만 개의 다른 기관들을 통해, 아직 구상조차 되지 않은 프로토콜들을 통해 비트코인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보세요. 10년 후에 만들어질 AI가 50년 후에 사이버 공간에 살면서, 100만 개의 다른 AI들과 통합되어 비트코인을 어떻게 사용할까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트코인의 전체 범위를 파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는 시간을 통해, 공간을 통해, 인류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불길이에요. 사이버 공간의 불길이죠. 그리고 일단 이것을 이해하면, 여러분은 결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때 겸손이 찾아옵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비트코인과 AI는 소수만의 연구대상이자 문화였으며, 기술과 인프라도 열악했다. 하지만 두 기술은 현재 인류 문명 혁신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그 누구도 10년 후, 50년 후 이 기술들이 우리에게 얼만큼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시사점
세일러의 비트코인에 대한 겸손한 접근은 깊은 지혜를 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기술이나 투자 수단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장되는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그의 시각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예측불가능한지를 상기시킨다. 마치 1990년대에 인터넷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듯이, 비트코인의 미래 역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비트코인에 대한 더욱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겸손한 태도는 또한 투자자로서의 자세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시장의 단기적 움직임이나 기술적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에 찬 태도를 가지는 것보다, 계속해서 배우고 적응하려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토시의 유산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비로운 퇴장은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세일러는 이를 비트코인의 가치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해석한다.
세일러의 생각
"비트코인이 디지털 상품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무흠한 탄생(Immaculate Conception) 때문입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만들었고, 세상에 선물했고, 그리고 사라졌어요. 이게 핵심입니다. 세상의 어떤 주요 기업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어요. 누군가가 회사를 만들어서 세상에 주고 떠난 경우는 없죠.
다른 모든 암호자산들을 보세요. 그들에겐 사토시가 없습니다. 사실 그들이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방법은 바로 그들이 자신들이 상품이라고 주장한다는 거예요. 사토시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았어요. 사토시는 그저 떠났을 뿐이죠.
만약 뭔가가 상품이 되려면, 수혜자가 없어야 해요. 사토시는 프로토콜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했어요. 사토시 코인도 포기했고,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도 중단했어요. 이건 세상을 위한 선물이었죠. 이게 바로 발행자가 없는 자산이 된 이유예요.
다음 100개의 암호자산을 살펴보세요. 그 목록을 쭉 내려가봐요. 이런 특성을 가진 것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거예요. 하위 테스트가 SEC의 테스트보다 훨씬 간단해요. 뭔가를 만들었다면, 그걸 전부 다른 사람에게 주었나요? 절대 팔지 않았나요? 그리고 사라져서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논쟁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아마도 그건 상품일 수 있어요."
시사점
세일러의 '무흠한 탄생' 개념은 비트코인의 근본적 가치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를 제공한다. 그는 사토시의 익명성과 퇴장이 단순한 우연이나 신비화가 아닌, 비트코인의 본질적 특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이는 마치 화폐의 신뢰성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시스템 자체에서 나와야 한다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개인의 비이기성으로부터 그 신뢰성이 나오는 셈이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함께 제공한다.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다는 점은, 그들이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토시의 퇴장의 가장 큰 의의는 그것이 남긴 장기적, 또는 영원한 영향이다. 창시자가 없는 상태는 비트코인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재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마치 인터넷 프로토콜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비트코인도 인류 공동의 디지털 기반 시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

사토시는 처음 비트코인을 구상했을 때부터 퇴장을 계획했을까? 의도된 퇴장이던, 우연한 퇴장이던, 사토시의 퇴장은 비트코인을 불멸의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준 마지막 퍼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