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기관 투자자의 시대
ETF 승인과 기관 자본의 유입
2024년 1월, SE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은 비트코인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는 단순한 금융상품의 출시를 넘어 이제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이 열린 것을 의미했다.
세일러의 생각
"이제 비트코인이 제도화되었다는 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비트코인은 SEC 통과라는 마지막 장벽을 넘었어요. 이건 매우 중요한 신호에요. 특히 SEC가 비트코인을 ETF로 승인했다는 것은, 이제 비트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의미입니다.
블랙록의 ibit 같은 비트코인 ETF는 일반 거래소에서 거래됩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이제 모든 퇴직연금과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거죠. 예전에는 이런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거나 보관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모든 법적, 규제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상품이 생긴 겁니다.
블랙록의 성공을 보세요. 출시 첫날부터 엄청난 거래량을 기록했어요. 이건 기관들의 수요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죠. 그들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어했지만, 적절한 수단이 없었던 겁니다. 이제 그 수단이 생겼어요.
더 중요한 건 블랙록의 논리가 비트코인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했다는 거예요. 그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나 '암호화폐'가 아닌, 순수한 자본 자산으로 설명했어요. 이건 기관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비트코인을 설명한 거죠."

비트코인 ETF는 출시 한달만에 280얼 달러가 유입되었으며, 25년 1월 기준 비트코인 ETF의 총 운용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74조원)까지 성장했다. (출처: Into The Block)
시사점
비트코인 ETF의 승인은 비트코인이 비가역적으로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블랙록과 같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다는 것은, 이제 비트코인이 정통 금융의 영역에서도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법적, 규제적 장벽을 모두 제거했다는 점이다. 이제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잠재적으로 수천조 원 규모의 새로운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2020년 8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기관들은 비트코인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일러의 생각
"2024년 1월은 그저 또 다른 달이 아니었어요. 비트코인이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잡지 못했던 시기가 끝나고,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한 둘째 주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죠. 어떤 사람들은 '이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필요 없겠네, 그냥 ETF의 어설픈 대체제였던 거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큰 변화를 겪게 됐어요. 특히 옵션 트레이더들은 비트코인 마이닝 주식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죠. 2024년 1분기와 2분기 초에 옵션 시장과 주식 시장의 유동성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변동성과 옵션 트레이더들이 수십 개의 비트코인 마이닝 기업들을 떠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로 옮겨온 거죠. 왜냐하면 비트코인 마이너들은 반감기를 앞두고 있었고, 이는 그들의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요.
이런 변화로 인해 우리 회사의 옵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우리는 옵션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어요. SEC가 ETF를 승인했을 때, 그들은 옵션은 승인하지 않았거든요. 오늘날 우리의 옵션 시장 규모는 약 95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에요."
시사점
세일러의 분석은 ETF 승인이 단순히 새로운 투자 수단의 등장이 아니라, 전체 비트코인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 간의 자본 이동이다. 마이닝 기업들로부터 마이크로스트레티지로의 자본 이동은 시장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호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비트코인 시장이 단순한 '채굴-거래' 중심의 1세대 모델에서, 보다 정교한 금융 상품과 투자 수단이 등장하는 2세대 모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옵션 시장의 성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금융 혁신이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TF의 등장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혁신적인 금융 상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ETF 승인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골드러쉬'가 시작되었으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어떤 정치인이나 금융기관도 비트코인의 성장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출처: Bloomberg)
자본 시장의 진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ETF 승인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일러는 이를 '자본 시장의 진화' 관점에서 설명한다.
세일러의 생각
"ETF 회사들은 SEC 40조에 따른 '투자신탁'이에요. 이는 특별한 형태의 회사로, 자산을 보유하고 신탁 형태로 운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해요. 금을 사고 싶다면 GLD나 IAU 같은 금 ETF를 살 수 있죠. 이들은 여러분의 돈을 받아서 금을 사고, 그 자산은 그저 보관만 합니다. 일종의 '죽은 자산(dead asset)'이 되는 거죠.
만약 ETF 주식을 매도하거나 환매하면, 그들은 금을 팔아서 현금을 돌려줘야 해요. 이들을 일종의 하룻밤 예치금을 받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가 1000억 달러를 그 은행에 예치할 수 있지만, 그건 하룻밤 예치금이에요. 그걸로 금이나 대두, 석유에 투자하고, 환매를 원하면 그들은 대두나 석유, 금을 팔아서 돈을 돌려주는 거죠.
반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SEC 33조에 따른 '운영회사'예요. 우리는 영구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0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해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죠. 10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해서 10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면, 그건 하룻밤 예치금이 아니에요. 영구적인 투자가 되는 거죠. 여러분은 영원히 주식을 갖게 되고, 우리는 영원히 비트코인을 갖게 됩니다. 환매권이 없어요. 그냥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식을 들고 와서 '현금으로 바꿔주세요'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우리는 400억 달러 상당의 하룻밤 예치금을 가진 은행이 아니에요. 연간 10bp(0.1%)를 받고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는 400억 달러를 가진 주체예요. 그건 우리 것이에요."
시사점
세일러의 설명은 ETF와 운영회사의 근본적인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법적 구분이 아니라,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각각이 수행하는 역할의 본질적 차이를 의미한다. ETF가 수동적인 자산 보관자라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같은 운영회사는 적극적인 자본 운용자인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비트코인 시장의 발전 단계와도 연관된다. ETF의 등장이 비트코인의 대중화와 접근성 향상을 의미한다면, 운영회사의 존재는 보다 정교한 자본 시장의 발전을 의미한다. 두 형태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통해 시장의 깊이와 풍부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이는 전통 금융 시장의 진화 과정과도 유사하다. 주식시장에서도 ETF와 운영회사가 공존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관 투자자를 위한 혁신
세일러는 기관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금융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상품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세일러의 생각
"달러 지폐에 대한 옵션을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달러는 변동성이 0이니까, 1달러를 1년 동안 10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의 가치는 0이에요. 변동성이 없는 주식 옵션은 가치가 없죠. 블랙숄즈 방정식이 주식 옵션을 평가하는 전통적인 방법인데, 변동성이 15일 때는 옵션성이 조금 있고, 60이 되면 많아지고, 120이 되면 옵션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요.
실제 가치를 예로 들어볼까요? 100만 달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변동성이 0인 상태에서는 아마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은행에 돈을 맡기는 위험을 감수하고 4%를 받는 거죠. S&P 지수의 VIX나 15의 변동성으로 SPY 주식 한 주를 보유하면 12-15%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비트코인의 경우, ibit나 비트코인을 통해 100만 달러를 보유하면 변동성이 60이에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70-80%의 수익을 얻을 수 있죠.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식 1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시장에서 콜옵션을 판매하면, 120의 변동성으로 연간 200%의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비트코인 ETF의 출시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전문 운영회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등장으로 비트코인의 투자처는 다양화되었으며, 선물·옵션 등 새로운 파생상품들도 생겨나면서 관련 투자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 및 성숙해가고 있다.
시사점
세일러의 분석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오히려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변동성은 위험의 지표로 여겨졌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수익 창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전통 자산의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기관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 전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금융 혁신은 비트코인 시장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투자 상품의 등장은 더 많은 참여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8년까지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이후 입장을 바꿔 직접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다. 그는 향후 비트코인의 성장은 기관적 채택에 달려 있으며, 각국 국부펀드가 참여하게 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70만 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H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