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혁신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을 기업 재무전략에 도입한 최초의 상장기업이다. 2020년 8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수장으로써 마이클 세일러가 내린 이 결정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S&P 500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 장에서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어떻게 이러한 혁신을 이뤄냈는지 살펴본다.

2020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매그니피센트 7, 넷플릭스의 주식 수익률 비교 그래프. 세일러의 비트코인 전략은 단 4년만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라는 잊혀져가던 회사를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출처: Bitcoin Conference)
절박함에서 시작된 혁신
많은 혁신이 그렇듯,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전략도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세일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세일러의 생각
"2020년 중반, 우리는 5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5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죠. 연간 7,500만 달러의 현금흐름이 발생했고, 성장률은 0-5% 정도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는 상황이었죠.
우리 주식의 옵션 거래량은 제로였고, 일일 거래량도 200만 달러에 불과했어요. 옵션은 가치가 없었고 주식도 무가치했죠. 투자자들의 관심도 전혀 없었어요. 우리는 경쟁의 함정에 빠져있었고,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어요.
5억 달러의 현금으로 4%의 이자를 받고 있었는데, 제롬 파월이 갑자기 그걸 0%로 떨어뜨렸어요. 코로나 19로 모든 사람이 집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는 두 배로 뛰어올랐죠.
이때 깨달았어요. 자본이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고, 우리의 인적 자본도 그들에게 빨려들어가고 있었어요.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 해도, 5년 후면 모든 엔지니어들이 떠나버릴 거였어요.
우리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죠. 첫째는 죽음이에요. 회사를 팔아버리는 거죠. 실제로 저희의 100개의 경쟁사들 중 99개가 그렇게 했어요. 둘째는 느린 죽음이에요. 5억 달러를 가지고 직원들에게 엄청난 현금 보너스를 주면서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거죠. 하지만 결국 현금은 바닥날 거고, 구멍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선택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거였어요. 변혁적인 인수를 하는 거죠. VMware처럼 연간 20-40% 성장하는 괴물 같은 회사를 사거나, 아니면 주식이나 현금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해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거예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지의 매출은 2014년 역대 최고치인 약 $5.8억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에는 $4.8억까지 감소했다. 회사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했던 세일러는 반드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했다. (출처: NYT)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혁신이 절박함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기술 산업의 급변 속에서, 세일러는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비용 절감이나 기존 사업 확장 같은 방식을 통한 기업의 생명 연장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또한 세일러는 자신의 회사가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대형 기술 기업들로 자본과 인재가 집중되는 거대한 흐름의 결과라고 보았다. 당시 매그니피센트 7과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로 자본과 인재가 집중되는 현상은, 중소형 기술 기업들에게 구조적 불리함을 초래했다. 세일러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닌 자본 보존과 기업 재구성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비트코인 전략의 진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전략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는 아니었다. 세일러가 고안해 낸 이 전략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세일러의 생각
"처음에는 절박함과 좌절감에서 시작된 전략적 움직임이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뭔가를 해야만 했고, 다른 대안이 없었어요. 첫 번째 비트코인을 매수했을 때는 그게 마지막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다가 비트코인이 랠리를 시작했고, 당시 역사적 고점이었던 19,000달러를 향해 가고 있었죠. 우리는 기회주의적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전환사채 시장에서 1% 미만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어떤 CEO가 자신의 사업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공짜로 수십억 달러를 제공받는다면 거절하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도 했죠. 수십억 달러의 ATM(At-The-Market)도 발행했고요. 그러다가 2024년 10월 30일, 우리는 3년에 걸친 210억 달러 규모의 주식발행과 210억 달러 규모의 채권발행 계획을 발표했어요. 이는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주식발행 계획이었죠.
우리가 이런 대규모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S&P보다 높은 수익률과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진 상품이 나타난 거예요. 비트코인은 60 Vol(변동성), 60 AR(연환산 수익률)을 제공했어요. S&P는 15 Vol, 15 AR이었죠.
이건 마치 핵반응로의 작동을 시작시킨 것과 같았어요. 또는 말 없는 마차에 내연기관을 넣은 것과 같았죠. 우리는 회사 한가운데 암호화폐 반응로를 설치한 거에요. 그리고 그 반응로의 연료가 비트코인이었어요."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0년 8월 11일부터 2025년 2월 10일까지 478,740개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숫자다. (출처: Bitcoin Treasuries)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전략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박함에서 비롯된 초기 결정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갔다. 세일러는 처음에는 단순히 현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트코인이 기업 재무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기업 모델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세일러는 비트코인의 변동성과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에 주목했다. 전환사채 시장에서 1% 미만의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한 그는, 이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즉, 단순한 보유를 넘어 적극적인 자본시장 활용을 통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 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기업이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어떻게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기업들이 변동성을 리스크로 간주하지만,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전통적인 기업 재무 전략과 대비되는 혁신적인 방식이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이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변압기(Bitcoin Transformer)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단순히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비트코인의 위험과 수익률을 다양한 형태로 변환해 여러 종류의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세일러는 이를 '비트코인 변압기'라고 부른다.
세일러의 생각
"우리 회사를 큰 비트코인 변압기라고 생각해보세요. 고전압 비트코인이 앞에서 들어오면, 한쪽에서는 이를 더 극단적인 고전압으로 바꿔요. 이게 바로 우리가 엔비디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이죠. 비트코인의 1.5배나 2배의 성과를 내는 거예요.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한 비트코인, 저위험 비트코인, 저변동성 비트코인을 제공하죠. 역설적이게도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걸 정확히 얻게 되는 거예요.
제 뒷마당에 가면 산업용으로 쓰이는 480볼트 3상 전원이 있어요. 500톤급 요트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전력이죠. 하지만 이걸 헤어드라이어에 직접 연결하지는 않잖아요? 전력을 변환해야 해요. 저희 집 부지 뒤에는 거대한 변압기가 있어요. 그게 전력을 낮추는 거죠.
사람들에게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 변환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 거기에 큰 가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전력을 배터리로 변환해서 아이들 장난감용으로 파는 사람들이 있죠. 그 마진이 얼마인지 아세요? 천 배예요.
부두에서 직접 전력을 가져다가 쓰면 더 싸요. 하지만 제가 아이의 장난감을 부두 전원에 직접 연결하면 아이가 감전사할 거예요.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이거예요. 전통적인 시장이 날것의 비트코인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변환해주는 거죠."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기업의 비트코인 변압기로서의 기능을 창조했다. 새로운 발명품인 비트코인을 활용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재무의 영역에 전례 없는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출처: Hitachi Energy)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의 보유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변환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견했다. 세일러는 이를 "비트코인 변압기"라고 표현하며, 기업이 단순히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시장에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기존 금융 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제공되지만, 비트코인은 원래부터 높은 변동성을 지닌 단일 자산으로 인식되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를 기업 구조 안에서 변형해, 저위험·저변동성 상품과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는 금융 엔진으로 활용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비트코인의 금융 공학적 활용에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전환사채(CB), 선순위 채권, 지분 발행 등의 방식을 통해 비트코인의 성과를 분할하고 변형시켰다. 이를 통해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한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도 사용되던 것이지만,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를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과 결합하여 기존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이 사례는 기업이 단순히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 적합한 금융 상품으로 재구성하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활용될 경우 기업이 기존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를 통해 기업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금융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기업의 비트코인 표준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성공은 다른 기업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일러는 이제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표준(Bitcoin Standard)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일러의 생각
"우리가 보여준 것은 단순해요. 기업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한 자본을 좋은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는 82bp(0.82%)로 42억 달러를 빌렸어요.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비트코인은 연간 24% 이상의 수익을 냈죠.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을 매수함으로써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어요. 채권 투자자들은 우리 채권을 사서 두 달 만에 두 배의 수익을 얻었죠. 위험 없이요.
우리 회사는 이제 암호화폐 변환기가 된 거예요. 날것의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한쪽에서는 아주 높은 변동성의 상품을 내보내고, 다른 쪽에서는 안전하고 위험이 낮은 비트코인을 제공하는 거죠.
이게 바로 기업의 비트코인 표준이에요. 우리는 이걸 우연히 발견했다고 할 수 있어요. 2020년에는 이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완벽히 이해하고 있죠. 좀 늦게 배웠지만 빠르게 배웠어요."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기업이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닌, 재무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업이 유휴 현금을 보유할 경우, 주로 국채, 채권, 은행 예금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세일러는 이러한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낮은 금리와 유동성 확장의 시대에서 현금을 단순히 보유하는 것은 가치의 지속적인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접근법은 기업 재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들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낮은 이자율을 활용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식은 기업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이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산을 증식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 관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전략은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기업이 단순히 자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재무 전략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나가고 있다.

세일러는 2012년 모바일이 지배할 세상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의 오랜 동료는 그가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Apple Books)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혁신은 하나의 특수한 기업의 전략의 차원을 넘어선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기업 재무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세일러의 생각
"지난 50년간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친 기업 재무는 이런 거였어요. P&L(손익계산서)에서 모든 변동성을 제거하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3년짜리 기업 계약을 체결하고, 3년마다 갱신하라. 마이크로소프트의 CFO는 12개월 실적을 50-100bp(0.5~1%) 범위 내에서 예측할 수 있죠.
모던 파이낸스는 CFO가 P&L의 변동성을 제거하고, 모든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게 좋다고 말해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해서요. 세금이 비효율적이더라도요. 정말 뛰어난 CFO가 되고 싶다면, 500억 달러를 차입해서 그것도 주주들에게 돌려주라고 해요.
이게 지금 애플에서 일어나고 있고, 메타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요. 대부분의 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왜 그럴까요? 부분적으로는 EPS(주당순이익)를 매년 12% 올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12%의 자본비용을 이기고 주식을 가치저장 수단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경제가 연 2-3% 성장하는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12%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죠. 유일한 방법은 돈을 빌려서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레버리지를 높이는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회사는 취약해져요. 한 분기라도 실적이 나쁘면 파산할 수 있죠. 문제는 전통적인 재무자산이 독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게 기업들을 죽이고 있어요.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에요. 우리는 20년 안에 회사가 죽는다는 걸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사실 회사들이 죽는 이유는 그들의 혈관에 독을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독을 주입하지 않으면 수백 년은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시사점
세일러는 전통적인 기업 재무 관리 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손익계산서(P&L)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모든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식 가치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실적을 보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 환경에서 부채를 활용해 성장하는 모델을 채택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부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세일러는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트코인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소성이 증가하는 자산이므로, 단기적인 변동성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존의 법정화폐 기반 자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비트코인은 반감기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점점 더 강력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험적인 전략이 아니라, 기업 재무 관리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방식대로 기업이 자산을 운용하면 시간이 갈수록 가치는 감소하지만,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기업이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재무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은 단기적인 실적 안정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접근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의 비즈니스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가장 혁신적인 점 중 하나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세일러의 생각
"S&P 500 기업들 중 우리가 가장 변동성이 큰 주식이에요. S&P의 VIX(변동성 지수)는 15 정도인데, 매그니피센트 세븐도 20-25 정도의 변동성을 보이죠. 비트코인은 50입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레버리지를 더해서 100까지 올렸어요.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두려워해요. 하지만 변동성은 엔진의 RPM과 같아요. 100 RPM으로 돌아가느냐, 10 RPM으로 돌아가느냐의 차이죠. 블랙숄즈 방정식에 변동성을 넣어보면, 높은 변동성을 가진 자산의 옵션이 훨씬 더 가치가 있어요.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투자자들은 높은 변동성, 높은 유동성, 그리고 지속성을 가진 기업의 전환사채를 사고 싶어해요. 유동성은 에너지와 같아요. 어린이용 크리스마스 모자를 50 RPM으로 돌리면 그냥 장난감이지만, 야구 방망이를 100 RPM으로 돌리면 무기가 되죠. 20톤 플라이휠을 100 RPM으로 돌리면 그건 터빈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400억 달러의 자본을 100 VIX로 회전시키고 있어요. 이건 옵션 트레이더들에게 엄청난 기회죠. 그래서 우리는 거대한 옵션 시장과 엄청난 유동성, 그리고 높은 변동성을 보유하게 됐어요. 현재 우리 옵션 시장의 규모는 9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시사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피하려고 하는 변동성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재무 모델을 창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재무 흐름을 선호하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헷징(hedging) 전략을 사용하거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세일러는 변동성을 위험 요소가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의 프리미엄이 증가하고, 금융상품의 활용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전략은 전통적인 기업 재무 방식과 완전히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변동성을 줄이거나, 배당을 지급하여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려 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러한 접근법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하여 전환사채(CB)와 옵션을 결합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옵션 시장을 키우고,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재무 구조를 혁신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사례는 변동성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업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로 간주되지만,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금융 관행을 따르지 않고도, 기업이 자산을 전략적으로 운용하여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세일러의 이러한 비트코인 혁신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들에 의해 채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기업이 비트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1998년 상장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00년 회계 스캔들에 연루되어 하루만에 주식의 62%가 추락했고, 세일러는 약 6조원의 자산을 하루 아침에 잃었다. 이후에도 부침이 컸던 그의 IT 사업가로서의 삶이 어쩌면 그를 큰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출처: Daily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