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CBDC 시대와 리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등장 배경과 의미
현대 통화 시스템에서 화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금(지폐와 주화)이고, 다른 하나는 시중은행이 만들어내는 예금통화다. 현금은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부채로서 가장 안전한 화폐지만, 실물 형태이기 때문에 운반과 보관에 비용이 들고 대규모 거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예금통화는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여 편리하지만, 시중은행의 신용에 의존하며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가 있다.
현재 유통되는 화폐의 90% 이상이 예금통화 형태다. 이는 중앙은행이 실제 통화량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들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통해 신용을 창출하고, 이 과정에서 통화량이 증가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러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CBDC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인 CBDC는 현금의 안전성과 예금통화의 편의성을 결합한다. CBDC의 필요성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통화정책의 효율성 제고다. 현재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정책의 시차와 효과 감소를 초래한다. CBDC를 통해 중앙은행은 통화량과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조건부 통화를 공급하는 등 더욱 정교한 정책 수행이 가능해진다.
둘째,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이다. 현재의 지급결제 시스템은 여러 중개기관을 거치면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CBDC는 국내 거래와 국경을 넘는 거래 모두 단순화시킬 수 있다. 특히 국제 송금 과정의 경우, 현재 보통 3-5일이 걸리고, 수수료도 5-7%에 달하는데, CBDC는 중개 구조를 단순화하여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 지급결제 시스템의 구조. CBDC의 개발은 국내 결제 시스템의 구조도 단순화시킬 수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현재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 체감이 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한국은행)
셋째, 글로벌 금융 주도권 경쟁에 대한 대응이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14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홍콩을 통해 국제 결제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디지털 위안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가 도전받고 있다. 이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육성하고, EU는 디지털 유로 개발을 서두르며 대응하고 있다.
넷째, 민간 디지털 화폐에 대한 대응이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나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이 보여주듯, 거대 기술기업들이 독자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 1월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4년 거래량은 15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민간 기업이 사실상의 통화 발행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앙은행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메타는 2019년 여러 국가의 통화 바스켓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미 연준과 재무부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출처: Verge)
이처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시대적 요구에 따른 필연적 변화다. 국가별로 CBDC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CBDC 도입 자체는 디지털, 블록체인, 국제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며, 이미 세계 각국은 각자의 방법과 스케줄대로 CBDC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CBDC 경쟁: 각국의 현황과 전략
2024년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134개국 이상이 CBDC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90% 이상에 해당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CBDC를 연구하던 국가는 30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100개 이상의 국가들이 새롭게 CBDC 연구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44개국은 현재 연구 단계를 거쳐 이미 개발의 고도 단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CBDC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대규모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1조 8000억 위안(약 320조원)을 넘어섰으며, 선전, 쑤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실제 상거래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CBDC는 기존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은 CBDC 시대를 위안화의 국제 위상을 높이고 미국 달러의 통화 패권에 도전하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금융에서는 달러의 지위에 도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이, 디지털 영역에서 선도자의 이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들과의 CBDC 기반 교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CIPS와 디지털 위안화를 연계하여 새로운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20년 G20 회의에서 "G20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CBDC 표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해 CBDC 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출처: NBC)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 2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실제 구현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 유럽 연합의 입법 절차와 ECB의 최종 결정을 거쳐 디지털 유로의 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CB는 특히 유럽의 특성상 프라이버시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액 거래의 경우 현금처럼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스웨덴의 e-크로나(e-krona)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가장 앞선 CBDC 실험 중 하나다. 이미 현금 사용률이 2% 미만인 스웨덴은 2017년부터 CBDC 연구를 시작했으며, 2020년부터는 액센추어와 협력하여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접근방식은 '하이브리드 CBDC' 모델로, 중앙은행이 직접 CBDC를 발행하지만 민간 금융기관들이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봄에 본격적인 CBDC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본은행은 도매형과 소매형 CBDC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재해 상황에서의 복원력을 중요한 설계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메가뱅크들과 함께 실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2025년 이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21년부터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해왔다. 2022년에는 실제 금융기관들과 함께 2단계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크로스보더 결제, 오프라인 결제,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활용 사례를 검증했다. 특히 한국의 CBDC 연구는 기존 빠른결제시스템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021년 10월 아프리카 최초로 CBDC인 'eNaira'를 출시했다. eNaira는 출시 첫 해에 약 8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나, 현금 선호 문화와 기술적 문제로 인해 예상보다 더딘 확산세를 보였다. 2024년 10월에는 'eNaira 2.0'을 출시하며 개선된 버전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의 금융 포용성 증진을 위해 USSD (Unstructured Supplementary Service Data)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실용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루과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CBDC 파일럿 프로그램인 'e-Peso'를 실시했다. 6개월간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1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했으며, 특히 모바일 지갑을 통한 P2P 송금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검증했다. 현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광범위한 CBDC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섬나라 바하마는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일반 목적 CBDC인 '샌드달러(Sand Dollar)'를 공식 출시했다. 카리브해 군도국가의 특성상 금융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 많아, CBDC를 통한 금융 포용성 증진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이처럼 각국의 CBDC 프로젝트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주로 현금 대체와 금융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개발도상국들은 금융 포용성 증진과 송금 비용 절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은 CBDC가 단순한 디지털 현금을 넘어, 각국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자신의 취임 초기였던 2019년과 현재의 CBDC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는 현저히 다르다며, 유럽도 CBDC 개발에 뒤쳐질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BBC)
CBDC 도입의 과제와 도전
CBDC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서는 복잡한 과제다. 특히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일인 만큼, 기술적 문제부터 제도적 문제까지 다양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기술적 과제로는 '확장성' 문제가 있다. CBDC는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화폐가 될 것이므로, 초당 수만 건의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알리페이는 최대 초당 54만 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CBDC도 이에 필적하는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보안도 중요한 과제다. CBDC 시스템이 해킹당하면 국가 경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특히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의 암호화 기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 보호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기술적 과제다. CBDC는 모든 거래가 디지털로 기록되므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실시간으로 추적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현재 여러 중앙은행들이 '영지식 증명'과 같은 기술을 통해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자금 세탁 등 불법 행위는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CBDC 도입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다. 특히 시중은행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다. CBDC가 도입되면 시민들이 은행 예금 대신 CBDC를 선호할 수 있으며, 이는 은행의 수신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잠재적 '뱅크런(bank run)'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국제적 표준화도 시급한 과제다. 각국이 서로 다른 기술 표준으로 CBDC를 개발하면, 국가 간 CBDC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BIS(국제결제은행)를 중심으로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 CBDC가 법정화폐의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각국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CBDC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체계도 필요하다. 특히 국가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관할권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리플의 CBDC 프로젝트들
리플은 CBDC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기업 중 하나다. 특히 2021년부터는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각국 중앙은행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리플은 이미 다수의 중앙은행들과 협력하며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부탄 중앙은행(RMA)과의 협력은 리플의 대표적인 CBDC 프로젝트다. 2021년 9월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눌트럼(Digital Ngultrum)'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부탄이 리플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성이었다. 세계 최초의 탄소 마이너스 국가인 부탄은 리플의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했다.
프로젝트는 세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에서는 도매형 CBDC를 개발하여 은행 간 거래에 활용하고, 2단계에서는 소매형 CBDC로 확장하며, 마지막 3단계에서는 국경 간 지급결제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인도와의 송금 거래가 많은 부탄의 특성상, 크로스보더 결제 기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남태평양의 도서국가인 팔라우와의 협력은 또 다른 형태의 CBDC 실험이다. 2021년 11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팔라우는 자체 통화가 없이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고 있어, 리플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달러' 개발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관광 산업과의 연계다. 팔라우 정부는 디지털 달러를 통해 관광객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동시에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광 산업 회복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 통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몬테네그로와의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유럽 연합 가입을 준비하는 몬테네그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다. 몬테네그로는 현재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CBDC를 통해 자국의 금융 주권을 강화하면서도 유럽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의 사례는 리플의 CBDC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홍콩금융감독청(HKMA)과 푸본은행이 함께하는 e-HKD 프로젝트에서 리플은 부동산 관련 자산의 토큰화와 결제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CBDC가 단순한 지급수단을 넘어 자산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외 리플은 리투아니아, 조지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랍에미레이트(UAE)와도 CBDC 연구 협력을 시작했거나, 중앙은행의 CBDC 프로젝트에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까지 리플이 실제 협력을 이룬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이나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나, 이들과의 협력은 리플의 CBDC 사업의 레퍼런스이자 테스트 베드가 되어 더 많은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리플의 CBDC 기술과 전략
리플이 개발한 CBDC 솔루션의 핵심은 'CBDC Private Ledger'다. 이는 XRP 레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중앙은행의 필요에 맞게 수정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높은 확장성이다. 초당 수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어 전국민이 사용하는 CBDC의 기반 기술로 적합하다. 특히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처리 속도를 달성한다.
둘째, 상호운용성이다. CBDC Private Ledger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특히 국제 은행간 통신망인 스위프트와도 연동이 가능하다. 또한 다른 국가의 CBDC와도 쉽게 연결될 수 있어, 국가 간 지급결제를 효율화할 수 있다.
셋째, 통제 가능성이다. 중앙은행은 발행량, 금리, 사용 제한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자금 세탁 방지(AML)와 고객 확인(KYC) 기능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어 규제 준수가 용이하다.
리플의 CBDC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크로스보더 CBDC'에 대한 접근이다. 각국의 CBDC를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과제다.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사용하는 CBDC들을 어떻게 호환시킬 것인지, 환율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결제 완결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리플은 이를 위해 'CBDC Bridge'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XRP를 브릿지 통화로 활용하여 서로 다른 CBDC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디지털 원화를 일본의 디지털 엔화로 교환할 때, XRP가 중간 매개 통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수초 안에 완료되며,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리플의 CTO인 데이비드 슈워츠는 각국의 CBDC 플랫폼은 리플 레저와 같은 핵심 원장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CBDC 생태계 내 리플 기술의 확장가능성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X)
다만 리플의 CBDC 인프라가 더 많은 중앙은행들에 의해 채택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 첫째, 각국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보안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둘째, 다른 블록체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IBM, R3 등 대형 IT 기업들도 CBDC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경쟁이 존재한다. 셋째, 각국의 상이한 규제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CBDC는 국가의 기본 금융 인프라인 만큼, 실제 도입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매우 엄격한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BDC 시대 리플의 전망
CBDC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CBDC 연구를 시작하는 국가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증가했으며, 각국의 중앙은행은 자국의 통화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리플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리플의 가장 큰 기회는 국가 간 CBDC 연동에 있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CBDC를 개발하더라도,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표준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리플은 이미 국제 송금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국가의 CBDC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특히 2025년은 리플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프트 2.0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주요국의 CBDC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국제 금융의 기본 인프라가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플이 이 변화의 핵심 기술 제공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존재한다. 첫째, 각국 중앙은행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자체 기술로 디지털 위안화를 개발했다. 둘째, 지정학적 갈등이 기술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CBDC 기술의 선택도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CBDC의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화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인 만큼, 중앙은행들은 매우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만 해도 2026년 이후에나 실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DC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현금 사용이 급감하고,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과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의 확산은 각국의 통화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플과 같이 CBDC에 대한 검증된 기술력과 실제 구현 경험을 가진 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CBDC 시대에 리플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세 가지 요소에 달려있다. 첫째, 기술적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둘째, 각국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혁신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셋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리플은 CBDC 시대의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베센트 신임 재무부 장관은 미국의 CBDC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은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화폐가 자국의 통화주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더욱더 CBDC 도입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A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