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리플이란?
화폐의 네번째 얼굴, 리플
화폐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앞서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화폐는 세 가지 핵심적인 기능, 즉 교환의 매개체, 가치의 저장 수단, 그리고 가치의 척도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20세기의 세계화, 그리고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화폐는 새로운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국제 금융이 일상화되고 국가 간 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로 다른 법정화폐들 간의 효율적인 교환을 위한 '매개 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화폐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다. 세계화와 디지털화는 화폐간의 교환을 위한 '매개 화폐'의 기능을 강력히 요구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이 문제를 달러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대부분의 국제 거래가 달러화를 매개로 이루어지면서, 달러화는 사실상의 글로벌 매개 화폐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높은 비용과 긴 처리 시간, 그리고 특정 국가 통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2008년 비트코인의 등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국제 금융 시스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즉 서로 다른 법정화폐들 간의 효율적인 교환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2004년, 한 프로그래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라이언 퍼거(Ryan Fugger)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지불 시스템을 구상했고, 이를 'RipplePay'라고 이름 지었다. 이는 모든 거래가 반드시 은행을 통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사람들이 직접 서로를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초기 RipplePay는 블록체인과는 무관한 사업이었으나 탈중앙화된 형태의 결제 시스템이라는 리플의 핵심 아이디어를 내포하고 있었다. (출처: PlanXRP)
2012년, 이 초기의 아이디어는 제드 맥캘럽(Jed McCaleb)과 크리스 라슨(Chris Larsen)이라는 두 기업가가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세계 최초의 주요 비트코인 거래소 중 하나인 Mt. Gox를 만든 초기 암호화폐 기업가였던 맥캘럽과 여러 핀테크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베테랑 사업가 라슨은 퍼거의 초기 아이디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면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다. 특히 국제 송금 시장의 고비용과 긴 처리 시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매개 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을 만들어냈다면, 리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정화폐들 간의 교환을 위한 매개 화폐라는 새로운 기능을 고안한 것이다.
2012년 9월, OpenCoin(현재의 리플랩스)이 설립되었고, 이듬해 XRP 레저가 공식 출시되었다. 리플은 처음부터 다른 암호화폐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려 했다면, 리플은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는 마치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모든 말과 마차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기존 교통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과 비슷한 접근이었다.

천재 기술자인 제드 맥캘럽(좌)과 복수의 핀테크 회사를 설립 및 운영해온 크리스 라슨(우)이 만나 리플랩스의 전신인 OpenCoin을 공동 창업했다.
리플은 2014년 독일의 디지털 은행 피도르(Fidor Bank)와의 첫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전통 금융권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금융기관에 의해 채택된 최초의 사례 중 하나였으며, 리플이 추구하는 '화폐의 네번째 얼굴'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피도르 은행과의 첫 파트너십 성공을 바탕으로, 리플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 당시 대부분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개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리플은 금융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선택이었다.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플은 이것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믿었다.
2015년에 들어서면서 리플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여러 대형 금융기관들이 리플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실제로 몇몇 기관은 시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특히 국제 송금 시장에서 리플의 기술이 가진 잠재력이 주목받았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3-5일이 걸리던 국제 송금이, 리플의 기술을 사용하면 몇 초 만에 완료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XRP, 리플랩스, 리플 네트워크의 관계
많은 사람들이 "리플"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단순히 하나의 암호화폐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리플 생태계는 훨씬 복잡하고 유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떠올려 보자. 여기에는 구글이라는 회사,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 그리고 운영체제 위에서 작동하는 앱들이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유지하지만,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앱들은 모두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구글이 앱 자체를 통제하지 않는다.
리플 생태계도 이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리플랩스, XRP 레저, 그리고 XRP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상호작용한다.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러한 구조가 리플 생태계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보장한다.

리플랩스와 구글은 각자의 생태계의 발전과 확장을 위해 더 많은 사용자를 생태계로 유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마케팅, 세일즈를 담당한다.
리플랩스: 혁신을 이끄는 테크 회사
리플랩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회사로, 리플 생태계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며, 금융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처럼, 리플랩스는 금융 기관들이 국제 송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그러나 리플랩스는 XRP의 거래가 기록되는 분산형 원장인 XRP레저를 소유하지 않는다. XRP 레저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누구나 참여하고 검증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했지만,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로 제공되어 다양한 제조사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XRP 레저(XRPL): 기업/기관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XRP 레저는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반 시스템이다. 레저란 장부를 뜻한다. 모든 기업 및 기관간 거래와 정보가 이 장부에서 처리되고 기록된다. XRP 레저는 완전히 개방된 시스템으로, 누구나 참여하고 검증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XRP 레저는 또한 고유한 합의 메커니즘을 통해 높은 확장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블록체인들이 에너지 집약적인 채굴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XRP 레저는 독특한 합의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초당 1,500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XRP 레저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실제 업무 환경에서 사용되기에 적합한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XRP: 네트워크의 핵심 연료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거래소에서 직접 매매할 수 있는 XRP는 무엇일까? XRP는 리플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의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거래와 작업에는 아주 적은 양의 XRP가 '연료'로 사용된다. 이는 네트워크를 스팸으로부터 보호하고,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다.
XRP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브릿지 통화(bridge currency)로써의 역할이다. 서로 다른 통화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화를 페소화로 직접 교환하기 어려울 때, XRP를 중간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달러가 20세기 국제 금융에서 기축통화로서 통화 간 교환을 매개했던 것과 비슷하지만, XRP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시간 디지털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XRP가 화폐의 네 번째 얼굴, 즉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매개 화폐로 주목받는 이유다.
XRP 공급과 관련된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는 에스크로(escrow) 시스템이다. 리플랩스는 총 발행량 1,000억 XRP 중 약 절반을 에스크로 계정에 보관하고 있으며, 매월 10억 XRP씩만 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XRP의 공급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다. 사용되지 않은 XRP는 다시 에스크로에 잠기게 되며, 이는 시장의 갑작스러운 공급 증가를 방지한다.
또한 XRP는 독특한 소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모든 거래에서 소량의 XRP(0.00001 XRP)가 소각되어 영구히 없어지는데, 이는 스팸 거래를 방지하고 네트워크의 장기적인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소각 메커니즘은 XRP의 장기적인 가치 보존에도 기여한다.
XRP는 또한 '드롭(drop)'이라는 최소 단위를 가지고 있다. 1 XRP는 100만 드롭으로 나눌 수 있어,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도 가능하다. 이는 XRP가 향후 가치가 크게 상승하더라도 여전히 효율적인 송금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XRP의 가격이 1만 달러가 되더라도, 드롭 단위로 나누어 최소한의 수수료로 거래가 가능하다.
리플의 핵심 기술
리플의 성공은 단순히 XRP라는 암호화폐의 가치의 상승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 밑바탕에는 XRP 레저라는 고도의 기술 플랫폼과 독특한 합의 알고리즘이 있다. 이 기술들은 리플 생태계의 중심이자, 글로벌 금융 시스템 혁신의 핵심 엔진으로 작동한다.
XRPL(XRP Ledger)의 구조: 글로벌 금융을 위한 디지털 장부
XRP 레저는 리플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분산형 디지털 원장이다. 이 디지털 장부는 모든 거래를 기록하고 검증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네트워크로 설계되어 있다. XRP 레저는 세 가지 주요 특징을 통해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첫째, 거래 속도와 효율성이다. XRPL은 단 3~5초 만에 거래를 확인하고 완료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의 10분 이상 걸리는 블록 생성 시간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송금할 경우,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는 며칠이 걸릴 수 있지만, XRP 레저를 이용하면 몇 초 만에 완료된다.
둘째,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균형이다. XRPL은 모든 거래를 기록하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지만,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인(Validator Nodes)을 통해 운영된다. 이 검증인들은 거래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네트워크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누구나 검증인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는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인들의 다수결 합의로 안정성을 확보한다.
셋째, 플랫폼 내 내장된 스마트 기능이다. XRPL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원장이 아니라, 다양한 금융 기능을 내장한 플랫폼이다. 발행 가능한 자산(예: 토큰), 탈중앙화 거래소(DEX), 결제 경로 최적화 등 금융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송금 경로를 설정할 때, XRP 레저는 실시간으로 최적의 환율과 경로를 계산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거래를 처리한다.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 신뢰와 효율성을 위한 최적의 설계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전통적인 작업 증명(Proof of Work, PoW) 방식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리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플만의 합의 알고리즘인 RPCA(Ripple Protocol Consensus Algorithm)를 도입했다.
RPCA의 작동 원리는 친구들과 저녁 식사 장소를 정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모든 사람이 각자 선호하는 식당이 있지만, 결국 하나의 장소로 결정해야 한다. 이때 모든 사람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보는 대신, 신뢰하는 몇몇 친구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빠르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도 이러한 원리로 작동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모든 참여자가 모든 거래를 검증하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합의에 도달한다.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 방식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리플의 합의 과정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같다.
이 과정의 핵심은 '신뢰의 중첩' 개념이다. 각 노드는 자신이 신뢰하는 검증인 목록(UNL: Unique Node List)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검증인의 80% 이상이 동의하면 거래가 승인된다. 이는 우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신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은 1세대와 2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월등히 빠른 처리시간과 시간당 처리량을 갖고 있다.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비트코인의 채굴 과정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하는 반면, 리플의 합의 과정은 일반적인 서버 운영 수준의 전력만을 필요로 한다.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은 국제 송금 등 실제 금융환경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시간당 최대의 처리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렇듯 리플의 핵심 기술인 XRP 레저와 합의 알고리즘은 리플의 생태계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신뢰와 효율성을 제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리플이 실용적인 솔루션으로써 금융기관들에게 채택을 받고 생태계를 확장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리플의 서비스
리플은 현재 주요 서비스로 리플넷(RippleNet), ODL(On-Demand Liquidity), 그리고 CBDC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서비스는 서로 다른 목적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함께 작동하여 글로벌 금융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리플넷 (RippleNet)
리플넷은 금융기관들이 국경을 넘어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다. 전통적인 국제 송금이 여러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리플넷은 참여 기관들 간의 직접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리플넷의 가장 큰 특징은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참여 기관들은 단일 API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 통합과 유지보수를 크게 단순화한다. 또한 리플넷은 국제 금융 생태계가 2025년을 기점으로 전면 전환을 준비 중인 ISO 20022 메시징 표준을 완벽하게 지원하여,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보장한다.
ODL (On-Demand Liquidity)
ODL은 리플넷의 핵심 서비스로, XRP를 브릿지 통화로 활용하여 국가 간 실시간 송금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 국제 송금에서는 각국의 은행들이 서로 상대 은행에 계좌와 외환 준비금을 유지해야 했지만, ODL을 사용하면 이러한 선결제 계좌가 필요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기업이 미국의 거래처에 1억 원을 송금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돈은 여러 은행을 거치면서 매번 수수료가 발생하고, 환율도 각 단계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게다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송금이 불가능하다. 송금 수수료만 평균 3-5%, 소요 시간은 3-5일이 걸린다.
반면 리플의 송금 솔루션인 ODL은 현재 국제 송금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한다. ODL을 사용한 국제 송금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송금 요청이 XRP 레저에 기록된다.
- RPCA(리플의 합의 알고리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인들이 몇 초 만에 거래를 승인한다.
- XRP가 브릿지 통화(Bridge Currency)로 사용되어 출발 국가의 거래소에서 현지 통화를 XRP로 교환
- XRP가 목적지 국가의 거래소로 즉시 전송 (3-5초 소요)
- 도착한 XRP를 현지 통화로 교환하여 최종 수취인에게 전달
이 과정은 단 몇 초 만에 완료되며, 기존 시스템 대비 최대 4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ODL은 출발 통화를 일시적으로 XRP로 변환한 뒤 다시 도착 통화로 변환한다. 고객은 소량의 수수료만 지급하고 ODL이 자동으로 환전 및 송금을 처리한다. (출처: Ripple)
CBDC 연계 서비스
리플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대를 준비하며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CBDC Private Ledger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초당 수만 건의 거래 처리가 가능하고 중앙은행의 통제권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XRP 레저와의 연동을 통해 국가 간 자유로운 가치 이동을 지원한다.
특히 CBDC Private Ledger는 각국의 CBDC가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사용하더라도 원활하게 연동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세계 각국에서 CBDC가 도입된다면, 국가간 호환성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이때 이미 시장에서 기술이 테스트 및 검증된 인프라가 우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플의 CBDC 서비스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되었으며, 특히 소규모 국가들의 CBDC 도입을 지원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탄과 팔라우는 리플과 협력하여 자국의 CBDC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리플이 준비하고 있는 CBDC 서비스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 기능이다. 화폐에 특정 조건과 규칙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집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예컨대 재난지원금에 사용 기한과 지역 제한을 설정하거나, 교육 보조금을 학비와 교재 구입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실시간 급여 지급 시스템도 구현 가능하다. 노동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그에 따른 임금이 즉시 지급되는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경제적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 머니 기능은 각국 화폐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각국은 최적의 CBDC 기술 및 인프라를 적용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그리고 리플은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CBDC 서비스는 리플의 다른 서비스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리플넷이 기본적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고 ODL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면, CBDC 서비스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디지털 화폐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리플이 단순한 송금 서비스를 넘어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하지만 새로운 금융 표준을 수립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고,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을 설득해야 하며, 때로는 규제기관과의 첨예한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2부 <리플의 현재>에서는 리플이 어떻게 이러한 도전들을 헤쳐 나갔는지 살펴볼 것이다.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파트너로 확보하고, SEC와의 역사적인 소송에서 승리하기까지, 리플이 걸어온 험난했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