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트럼프 2.0 시대와 암호화폐
트럼프의 변신
달라진 트럼프
트럼프는 원래 암호화폐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의 과거 발언들을 보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대통령이던 2019년 7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비판했다.
"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화폐가 아니며, 가치가 매우 불안정하고 공기처럼 희박하다. 규제되지 않은 암호자산은 불법 행위를 촉진할 수 있다.”

트럼프가 2019년 7월 트위터에 올렸던 비트코인 비판 트윗. 당시 트럼프는 아직 암호화폐와 미국의 이익과의 연결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출처: X)
그의 비트코인에 대한 반감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반영되었다. 2020년 8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는 "사기성이 있는 암호화폐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며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암호화폐가 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임기 동안에는 리플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 회사들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다.
2021년 6월, 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사기처럼 보인다.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달러가 세계의 통화가 되어야 한다. 다른 통화들은 달러를 약화시킬 뿐이다." 트럼프에게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 요소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2024년, 그는 암호화폐에 대해 180도 바뀐 입장으로 세상 앞에 나타났다. 이후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그는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2024년 7월 29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
"미국을 비트코인 슈퍼파워로 만들겠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했다. 그는 이제 단순히 암호화폐를 용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는 규제 당국과의 관계도 정리했다. "내가 취임하는 당일에 SEC 의장 게리 갠슬러를 해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갠슬러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SEC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강경한 규제 정책을 펼쳤다. 리플과의 소송, 코인베이스에 대한 규제 압박, 바이낸스와의 법적 공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의 이 한마디는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24년 7월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연례 컨퍼런스는 트럼프가 처음으로 자신이 '크립토 대통령'이 될 것임을 선포한 자리였다. (출처: NYT)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국가적 자산으로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연설에서 "내가 당선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앞으로 취득하게 될 모든 비트코인을 100% 유지하는 것이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언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2024년 6월 13일, 그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다음과 같은 글도 남겼다.
"남은 모든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채굴되도록 보장하고 싶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생산 방식인 채굴 산업을 미국의 전략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24년 8월 2일, Fox News 인터뷰에서 그는 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우리가 35조 달러의 국가 부채를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을 약간 주고 35조 달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국가 부채 해결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당시로써는 충격적인 발상을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써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는 2019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불법과 사기 행위의 온상으로 여겼던 반면, 2024년 재선 도전 과정에서 암호화폐를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미국이 세계 암호화폐 산업과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
2024년 11월, 트럼프는 2020년의 패배를 딛고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확보뿐만 아니라 총 투표수(popular vote)에서도 바이든을 이겼다. 무엇보다 그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7개 스윙 스테이트를 모두 가져가면서 압승을 거두었다. 게다가 하원과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승리하면서, 트럼프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되었다. 2016년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진 '트럼프 세상'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의 카운티 단위 지도. 트럼프는 지난 두번의 대선과 달리 미국 전역에 걸쳐 압승을 거두며 강력한 국정 동력을 갖고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출처: Freedom Quest)
대선 기간 동안 친암호화폐 행보를 이어온 트럼프는 백악관에 돌아오자마자 관련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규제 기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직전 SEC 의장 게리 갠슬러가 사퇴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21일, 트럼프는 마크 우에다 SEC 상임위원을 SEC 의장 권한대행으로 지명했다.
같은 날, 우에다는 SEC 내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SEC는 "TF는 명확한 규제 선을 긋고, 현실적인 등록 경로를 제공하며, 합리적인 공개 체계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암호화폐 규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월 23일, 트럼프는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확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은 '디지털 자산 시장 대통령 실무 그룹(워킹 그룹)'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이 실무 그룹의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암호화폐 & AI 차르'에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다. 재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SEC 위원장, CFTC 위원장 등이 필수로 참여하는 이 그룹은 180일 이내에 암호화폐 관련 정책 제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책 권고안에는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을 비축하는 방안에 대한 평가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규율하는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가 포함되어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는 친암호화폐 정책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 암호화폐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트럼프는 이제 백악관에서 암호화폐 혁명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2024년 1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한 일명 '암호화폐 워킹 그룹 신설' 행정명령은 미국 주도 암호화폐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출처: Reuters)
트럼프의 친암호화폐 사단
트럼프는 혼자 백악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친암호화폐 사단과 함께 돌아왔다. 백악관부터 금융 규제 기관, 재무부까지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수준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며, 시장과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할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는 이들과 함께 미국을 암호화폐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 – 암호화폐 경제의 설계자
스콧 베센트가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었을 때, 금융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그는 전통적인 금융 관료가 아니라, 자유시장 경제와 금융 혁신을 강조하는 실용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도 그는 68대 29라는 비교적 큰 표 차이로 승인되었고, 심지어 16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그의 임명을 지지했다.

2024년 11월 22일 스콧 베센트가 재무부 장관으로 공식 지명되었을 때, 리플 CEO 갈링하우스를 비롯한 암호화폐 업계는 일제히 열렬한 지지의 목소리를 보냈다. (출처: Reuters)
베센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세금 정책과 28조 달러 규모의 재무부 채권 시장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재무부는 금융 시장의 기축을 담당하며,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베센트는 이미 친암호화폐 성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는 2024년 7월 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호화폐 수용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암호화폐는 자유를 상징하며,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에 암호화폐가 포함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이기도 하다.
베센트가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미국의 금융 규제 방향도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법적 불확실성 속에 있지만, 베센트는 이를 명확한 규제 안에서 활성화시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책 방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SEC의 親암호화폐 삼총사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SEC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SEC는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큰 적이었다. 리플 소송을 비롯해 코인베이스와 크라켄에 대한 규제 압박, 바이낸스와의 법적 공방 등, SEC는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전면적인 탄압에 가까운 정책을 펼쳤다. 특히 전임 의장인 게리 갠슬러는 "암호화폐는 대부분 증권이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장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완전히 뒤집혔다. 2025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갠슬러는 사퇴했고, 새로운 SEC에는 친암호화폐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SEC의 핵심 인물은 폴 앳킨스다. 그는 이미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SEC 위원을 역임했으며,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는 SEC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기존의 금융 규제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투기 상품이 아니라 금융의 새로운 형태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는 앳킨스를 SEC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더욱 개방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의 임명 이후, SEC는 "기존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맞는 현실적인 규제 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암호화폐 기업들이 겪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중요한 변화다.

폴 앳킨스는 과거 미국 의회에 출석해 "SEC는 가상자산 업계 대상 중복 규제나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ABC)
트럼프 2.0 시대의 새로운 SEC에서 또 주목해야 할 인물은 SEC 의장 대행으로 임명된 마크 우에다다. SEC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친암호화폐 인물인 그는 2024년 9월 한국을 방문해 "디지털 자산 규제는 명확해야 한다"며, 과거 게리 갠슬러 체제의 규제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그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법을 준수해야 하는지 불확실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리더십 하에 SEC는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현실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이 TF는 기존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등록 절차와 명확한 법적 지침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헤스터 피어스는 업계에서 "크립토 엄마(Crypto Mom)"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과거부터 줄곧 암호화폐 친화적인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SEC 내 대표적인 암호화폐 지지자로 활동해왔다.

SEC 상임위원인 피어스는 평소 암호화폐 우호적인 입장과 행보로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 "크립토 엄마"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출처: Coinage)
트럼프가 재선하면서 피어스는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는 SEC 내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의 리더로 임명되었으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트코인 ETF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데이비드 색스 – 암호화폐 차르
데이비드 색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기업가로, 과거 핀테크 스타트업인 페이팔의 COO를 역임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기술 혁신과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해 왔으며,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 AI 차르'로 임명되었다.

데이비드 삭스는 페이팔의 COO를 역임했으며 이후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투자자로 활동했다. (출처: NYT)
그의 임명은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색스는 취임 이후 디지털 자산 실무 그룹을 이끌며,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 개혁과 혁신 촉진을 위한 전략을 수립에 착수했다. 그는 NFT와 밈코인을 '수집품(Collectibles)'으로 재정의하여, 이들을 증권 규제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방향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색스는 스테이블코인의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의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영역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색스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산업에서 다른 국가들을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라며, 명확한 규제 지침과 혁신 촉진을 통해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일론 머스크 – 기술 혁신과 암호화폐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로서, 첨단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으며, 특히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에 대한 언급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머스크는 자신의 기업 활동을 통해 암호화폐의 수용을 촉진해 왔다. 테슬라는 한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였으며, 스페이스X는 도지코인을 활용한 우주 미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암호화폐의 대중화와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스크의 암호화폐에 대한 지지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암호화폐가 탈중앙화와 자유를 상징하고 또 촉진시킬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적인 스피커로서 지속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시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는데, 세계적인 유명 인사인 머스크의 적극적인 지지는 암호화폐의 글로벌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출처: AP)
J.D. 밴스 – 비트코인 홀더 부통령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J.D. Vance)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1984년생의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밴스의 회고록인 '힐빌리의 노래'는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부통령으로, 그리고 트럼프 시대 이후 유력한 차기 권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처: Netflix)
2024년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 지역 중 하나인 오하이오 출신의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이러한 결정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상당히 긍정적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비트코인을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으로 $1,000,000(한화 약 14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는 암호화폐를 금융 혁신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는 자유를 상징하며,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신시아 루미스 – 美 의회의 암호화폐 전도사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미국 정치권에서 암호화폐를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인물 중 하나다. 와이오밍 주 출신의 루미스는 지난 1월 23일 상원 은행위원회의 가상자산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녀는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개인적으로 보유해 왔으며, 이를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닌 국가적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녀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비트코인은 21세기의 디지털 금이며, 미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금 보유량이 한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과 신뢰도를 결정했던 것처럼, 미래의 글로벌 금융 패권 경쟁에서 비트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념에 기반한다. 2024년 7월, 그녀는 "비트코인 비축법(BITCOIN Act)"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 정부가 5년간 매년 20만개씩 총 100만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하여 총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5%를 확보하고 국가 전략 비축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루미스가 트럼프 취임 직후 상원 은행위원회의 가상자산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미국이 암호화폐를 전략적 경제 도구로 활용하려는 확실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창펑 자오(CZ) 전 바이낸스 CEO는 2025년 1월 24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루미스 의원의 임명은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이 거의 확정되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매입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치적 논의 수준을 넘어, 실제로 미국이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축적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루미스 의원의 가상자산 소위원회 위원장 임명은 디지털 자산 실무 그룹의 정책 제안 이전에 이미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계획이 확정되었다는 신호를 주었다. (출처: Forbes)
트럼프 2.0 시대, 전통 금융 정책의 대전환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사단이 구성됨에 따라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해야 할 리스크로 간주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부채 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한 수사적 차원이 아니라, 실제 정책 실행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먼저, 규제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SEC는 새로운 친암호화폐 리더십 아래에서 불명확한 규제 지침을 수정하고, 암호화폐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암호화폐 & AI 차르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와 비트코인의 국가 전략 자산화를 중심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개편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미국이 디지털 자산을 통한 새로운 경제 패권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며 글로벌 금융 패권을 구축한 것처럼, 21세기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활용해 또 한 번 금융 패권을 확립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미국 달러의 역할이다. 전통적인 금융 질서에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움직임을 보이며,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의 새로운 진화 모델, 즉 '달러 4.0'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