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패러다임의 전환
나는 단타에 성공해본 적이 없다. 물론 떨어질 때 팔았다가 더 내려갔을 때 사거나, 거래소별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상승장에서 재미를 본 적은 많다. 그런데 내가 투자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전체 기간을 돌아봤을 때 단타에 집중하다가 정작 놓쳤던 상승장의 기회들을 모두 감안하면 나는 단타에 있어 실패한 게 맞다.
하지만 우리는 단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왜냐면 단타의 승리의 경험이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다. 단타의 크고 작은 승리들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정글 같은 이 시장에서, 마치 내가 인간의 심리와 시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우월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달콤한 기억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비용을 합리화 또는 망각하게 만든다.
일반인에게 단타의 장기적 성공은 있을 수 없다.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단기적 예측은 어렵다. 수억 가지의 변수가 녹아 있는 것이 차트다. 한두 번 운이 좋아 단기적 방향을 맞추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100번 반복해봐라. 장담할 수 있다. 수익률은 0%에 수렴할 것이다. 단타는 오래하면 할수록 마치 확률이 정해져 있는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둘째, 일반인에게는 정보와 시간과 툴이 없다. 한마디로 단기 시장의 변동성과 싸워 이길 무기가 아무 것도 없다. 먼저 정보가 없다. 일반인은 가장 마지막에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그 정보를 듣고 단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 고도의 고민과 연구를 할 시간도 없고, 그런 정보와 시간을 녹여낸 전문 트레이딩 툴도 없다. 누군가 잃어야 누군가 버는 시장에서 정보와 시간과 툴을 가진 고래와 기관들이 잘 벌고 있다면 누가 잃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단타는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더욱 어렵고 또 위험하다. Conin Market Cap 사이트에 등록된 코인만 해도 만개다. 등록 안된 것까지 합치면 그 수는 2만개를 넘는다고 추정된다. 그 수많은 코인들이 주식처럼 회사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의 유틸리티는 더더욱 없다. 상승과 하락의 근거가 오로지 내러티브와 군중심리밖에 없는데, 이런 시장에서 단타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바보고, 실제로 이길 수 있다면 그건 천재다. 그런데 나와 여러분은 그 둘 다 아니다.
그렇다면 단타는 아니더라도 몇 달 뒤의 중기적 예측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또한 어렵다. 특정 코인이 언제 얼마까지 오른다고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희망의 표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정 코인 또는 암호화폐 산업 자체를 누가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수용할지, 미국 정부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그것에 대해 고래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언제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와 트럼프를 상대로 직접 적극적인 로비를 하고 있는 리플의 CEO 갈링하우스도 그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주식도 코인도 일반인에게는 장기적 가치 투자 말고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태동되고 있고, 분석해야 할 재무제표도 없는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대상의 장기적 성장성을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10월, 한 일본인 투자자가 엔비디아에 11년간 장기적 가치 투자를 하여 350배의 수익을 얻었다고 인증한 글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10년 전 투자 당시 나는 그저 엔비디아를 좋아하는 엔지니어였다"며 "GPU의 병렬 처리 능력에 매료되었고, AI 기술이 성장하면서 엔비디아가 AI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기 투자의 수익률은 비단 엔비디아만 컸던 게 아니다. 11년 전 금에 투자했으면 지금 2배, S&P 500은 4배, 나스닥은 6배, 애플은 16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항상 승리하는 투자의 법칙은 간단하다. '될 놈'을 잡고 '존버'하면 수익은 날 수 있는 것이다. 말이 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쉬운 일이다. 어떤 놈이 될지 공부를 통해 확신하고, 장기 투자를 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놈이 되는 놈일까?
나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며 이 책을 마치고 싶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기술 혁신과 맞물려 시장과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내가 오랫동안 공부했던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산업들은 하나의 기술 패러다임에서 다른 기술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될 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출발선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도 패러다임의 전환시기에 우뚝 선 사례다. 비트코인이 등장하며 2010년대에 엔비디아의 GPU가 채굴 산업에 쓰이게 된 것은 엔비디아로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였고, 이를 통해 엔비디아는 일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엔비디아가 될 수 있었던 진짜 배경은 딥러닝 붐이 일어나면서 AI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게 되었고, 이것이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게 된 것이다. CPU에서 GPU로 반도체의 주요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엔비디아는 만년 게임 GPU만 만들던 회사에서 단숨에 세계 시총 1위의 회사가 되었다.
나는 지금 국제 금융 생태계가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화폐와 금융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국제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시킬 강력한 의지와 힘을 갖고 있는 트럼프와 친암호화폐 사단이 등장했고, 달러의 위기가 엄습해오자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강력한 묘책을 준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주요 암호화폐는 ETF를 통해 하나씩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 또한 스위프트를 필두로 국제 송금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블록체인 기술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각자의 정치적 고려 속에 앞다투어 CBDC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와 같이 국제 금융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증거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또 자명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도래하고 있는 국제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리플이 주요 승자 중 하나로 우뚝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리플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최선의 솔루션과 최선의 전략을 통해 준비해왔다. 그래서 나는 나의 '될 놈'인 리플에 '존버'할 계획이다. 어떤가? 여러분들도 나와 함께 하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