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국제 송금 시장과 리플
우리 일상에서 돈을 주고받는 일은 이제 너무나 간편해졌다. 국내에 있는 친구에게 돈을 보내야 할 때, 스마트폰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몇 초 만에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이처럼 국내 송금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특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편리하다. 그러나 국제 송금은 다르다.
국제 송금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송금을 시작한 후 상대방이 돈을 받을 때까지 최소 며칠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건당 몇 퍼센트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국제 송금은 은행 간의 직접 거래로 이루어지지 않고, 복잡한 국제 규칙과 여러 중간 주체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제 송금 시스템이 복잡하게 형성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국가들의 통화 주권이다. 국가들은 자국 통화에 대한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자본 이동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도입 이후, 국제 사회는 각국의 중앙은행과 이들이 승인한 금융기관들만이 국경 간 자본 이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러한 접근은 각국의 통화 주권을 보호하면서도 자본 이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 중간 주체가 시스템에 포함되며 송금 과정이 복잡해졌다.
국제 송금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오랫동안 부재했다는 점이다. 여러 중간 주체들이 개입된 국제 송금 구조는 처리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높였지만, 이들 없이 신뢰할 수 있는 간결한 절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하지만 2008년 비트코인의 등장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제 금융 생태계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통해 기존의 복잡한 국제 송금 과정을 개선하는 과도기에 있다. 이번 장에서는 국제 송금 시스템이 어떤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플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국제 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전망해 볼 것이다.
국제 송금 시스템의 구조
국제 송금 과정의 이해
국제 송금 시스템은 메시징 네트워크와 결제/청산 시스템의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메시징과 결제/청산 시스템이 각각 존재하며 서로 협력하여 국제 거래/송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메시징과 결제/청산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현재 국제 송금 시스템이 느린 이유 중 하나다.

전통 국제 송금 시스템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시스템의 협력을 통해 운영된다. 이러한 분업적인 구조는 처리시간과 비용의 비효율의 근본 원인이 된다.
일반적인 국제 송금 과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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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징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 정보(누가, 얼마를, 어디로 송금할지)가 전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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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청산 시스템]은 송금액을 청산하기 위해 각 은행의 노스트로 계좌를 참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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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하는 은행의 [노스트로 계좌]에서 금액이 차감되고, 수취 은행의 [보스트로 계좌]에 금액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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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청산 시스템]은 거래의 최종 금액을 중앙적으로 계산하여 효율적으로 청산한다.
여기서 메시징 네트워크는 무엇이며, 결제/청산 시스템은 무엇이고, 또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는 무엇일까? 리플의 미래는 국제 송금 시장에서 리플이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될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 송금 시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리플의 가치를 이해하고 전망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자, 그러면 국제 송금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씩 알아보자.
메시징 네트워크
메시징 네트워크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은행들 간의 표준화된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는 마치 이메일 시스템처럼,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스위프트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글로벌 금융 메시징 네트워크다. 1973년 15개국 239개 은행이 모여 설립한 이 협동조합은 현재 200개국 이상의 11,0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금융 통신망으로 성장했다. 스위프트는 하루 평균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래의 메시징을 처리하며, 매일 4,200만 건 이상의 메시지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다.
스위프트는 메시징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실제 자금의 이동은 CHIPS와 같은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은행이 미국으로 송금할 때 스위프트는 '누가, 얼마를, 어디로 보내는지'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고, 실제 달러화의 이동은 CHIPS에서 처리된다. 이 두 시스템은 40년 이상 긴밀히 협력하며 국제 금융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벨기에에 위치한 스위프트 본사 전경. 스위프트는 오랜 역사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금융 생태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가진다. (출처: SWIFT)
스위프트의 RMB 트래커(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결제에서 미국 달러가 약 40~45%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유로(EUR)가 약 25%, 영국 파운드(GBP)가 7%, 일본 엔(JPY)이 3%, 중국 위안화(CNY)가 2%를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의 비중은 2015년 1% 미만이었는데 이후 중국의 경제력 성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네트워크로서 국제 금융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금융 메시지를 ISO 20022 표준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CIP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는 중국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2015년 출범한 국제 결제 시스템이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주도하는 이 시스템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특히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참여국들과의 거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태국 등이 주요 사용국으로, 이들 국가와 중국 간의 무역 결제에서 이미 CIPS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달러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메시징과 결제 모두 처리 가능한 CIPS를 만들었다.
CIPS의 가장 큰 특징은 메시징과 결제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위프트와 CHIPS가 분리되어 운영되는 것과 달리, CIPS는 통합된 단일 플랫폼에서 메시지 전송과 자금 결제를 모두 처리한다. 이를 통해 위안화 국제 결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1,400여 금융기관이 직간접적으로 CIPS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평균 처리 금액이 500억 위안(약 70억 달러)을 넘어섰으며, 연간 총 거래액은 1조 위안을 돌파했다.
하지만 CIPS도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여전히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시간 처리에는 제약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거래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허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PS는 중국의 국제 금융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디지털 위안화'와 함께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중요한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SPFS (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
SPFS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스위프트 배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대안적 메시징 시스템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주도한 이 시스템은 현재 약 400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란, 터키,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비록 지역적 제약은 있지만, SPFS는 서방의 제재로 스위프트 접근이 차단된 러시아 금융기관들에게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2014년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은 유럽의 높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으나, 2022년 러우전쟁 발발 후 스위프트는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을 퇴출했다. (출처: BBC)
FMS (Structured Financial Messaging System)
SFMS는 인도중앙은행(RBI)이 운영하는 국내 금융 메시징 시스템이다. 2001년에 도입된 이 시스템은 인도 내 은행 간 메시지 전송의 표준화와 자동화를 실현했으며, 현재 인도의 모든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스위프트가 국제 송금을 주로 담당하는 반면, SFMS는 인도 국내 은행 간 통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메시징 표준: ISO 15022와 ISO 20022
메시징 표준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통신할 때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전 세계 외교관들이 사용하는 외교 문서의 표준 형식과 같다. 문서의 구조, 사용되는 용어, 전달 방식 등이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어 어느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금융 메시징 표준도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오해 없이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국제표준화기구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기구다.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A4 용지의 크기, 신용카드의 규격, 품질 관리 기준인 ISO 9001 등이 모두 ISO 표준에 해당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ISO 15022와 ISO 20022가 주요 메시징 표준으로 사용된다. ISO 15022는 기존의 표준으로, 데이터를 간략히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반면 ISO 20022는 더 현대적이고 포괄적인 표준으로, XML과 JSON 같은 현대적인 데이터 형식을 사용하여 더 많은 정보와 복잡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ISO 20022는 스위프트의 전유물이 아니며, 다른 금융 네트워크(예: 리플넷, CIPS 등)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리플이나 JP모건의 IIN(IntraBank Information Network)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네트워크들도 ISO 20022를 활용하여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스위프트는 기존의 ISO 15022 메시징 표준을 ISO 20022로 완전히 대체할 계획이다. 이는 금융 메시징의 큰 변화를 의미하며, 더 풍부한 데이터 교환과 자동화된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결제/청산 시스템
국제 금융에서 실제 자금의 이동은 각국 중앙은행과 주요 금융기관들이 운영하는 결제/청산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제/청산 시스템은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와의 협력을 통해 자금을 이동하게 된다.
CHIPS (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s System)
CHIPS는 미국의 주요 대형 결제 시스템으로, 뉴욕 클리어링 하우스(The Clearing House, TCH)가 운영한다. 세계 최대의 달러 청산 시스템으로 국제 달러 결제의 약 95%를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루 평균 1.8조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다. 주로 대형 상업은행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JP모건, 시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 45개사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CHIPS와 스위프트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CHIPS는 실제 결제를 청산(Settlement)하고 자금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스위프트는 은행 간 메시징(정보 전달) 네트워크로, 실제 결제가 아닌 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국제 송금에서 스위프트를 통해 거래 정보(누가, 얼마를, 어디로 보내는지)가 전달되면, 이후 실제 결제는 CHIPS에서 이루어진다.
CHIPS의 가장 큰 특징은 다자간 청산 시스템(Net Settlement)이다. 이는 개별 거래를 즉시 처리하는 대신, 하루 동안의 모든 거래를 집계하여 최종 차액만 한 번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B은행에 10억 달러를, B은행이 A은행에 8억 달러를 송금해야 할 경우, 18억 달러어치의 개별 거래 대신 차액 2억 달러만 한 번에 정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CHIPS는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를 통한 자금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당 계좌들을 활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각국의 통화별 RTGS 시스템
각 국가별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실시간 총액 결제 시스템(RTGS: Real-Time Gross Settlement Systems)은 해당 국가의 주요 통화에 대한 결제를 처리한다. 주요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ARGET2 (유럽): 유럽중앙은행(ECB)과 19개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TARGET2는 유럽 통합의 상징적 존재다. 2007년 도입된 이 시스템은 하루 평균 2.5조 유로의 거래를 처리하며, 유로화 거래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TARGET2를 통해 유럽 내 은행들은 상호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를 통해 자금을 주고받는데, 특히 독일 연방은행과 프랑스 중앙은행에 개설된 계좌들이 핵심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유로존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CHAPS (영국):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 운영하는 CHAPS는 영국 금융의 대동맥이다. 하루 평균 2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며, 특히 런던의 국제금융센터 지위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CHAPS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런던 시티의 주요 은행들에 노스트로 계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운드화의 국제 결제가 이루어진다. 특히 HSBC,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타드와 같은 영국 대형 은행들의 노스트로 계좌는 글로벌 금융의 중요한 결제 통로 역할을 한다.
BOJ-NET (일본): 일본은행의 BOJ-NET은 1988년 출범 이후 일본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되어왔다. 하루 평균 1.5조 달러의 거래를 처리하며, 특히 엔화의 국제 결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의 메가뱅크들(MUFG, SMBC, 미즈호)은 해외 금융기관들의 주요 엔화 노스트로 계좌 제공자로서, BOJ-NET을 통해 전 세계 엔화 결제의 대부분을 처리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기관들의 엔화 결제에서 BOJ-NET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시스템
앞서 살펴본 메시징 네트워크인 스위프트, CIPS가 결제/청산 시스템인 CHIPS와 각국의 RTGS 시스템들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는 국제 금융의 실제 자금 이동이 이루어지는 기반 인프라로서, 각국 은행들이 서로의 나라에 개설해둔 계좌를 통해 자금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노스트로 계좌(Nostro Account)는 한 은행이 외국 은행에 개설한 계좌로, 해당 외국 은행의 통화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브라질 은행이 뉴욕의 은행에 개설한 달러 계좌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보스트로 계좌(Vostro Account)는 그 반대 개념으로, 뉴욕 은행의 입장에서 브라질 은행이 개설한 그 계좌를 보스트로 계좌라고 부른다. 실제 국제 송금은 이러한 계좌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국의 신한은행이 미국으로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뉴욕의 어떤 은행에 달러화 계좌(노스트로 계좌)를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국제 은행들은 이러한 계좌들을 여러 나라에 수십, 수백 개씩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제 송금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속도보다도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에 묶여있어야 하는 자금의 양이다. 이 막대한 자금을 자유케 하는 것은 실제로 엄청난 혁신이다. (출처: Investopedia)
그러나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 각국의 계좌에 묶여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들은 약 27조 달러(약 3경 5천조 원)의 자금을 이런 계좌들에 예치해두고 있다. 이 돈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고 그저 거래의 안전장치로 묶여있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자원의 낭비이며, 은행들의 자금 운용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더구나 이러한 비효율성은 결국 높은 거래 비용으로 이어지며, 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SWIFT 2.0과 경쟁 시스템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문제들을 가진 채 지난 50년간 운영되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위프트와 같은 기존의 국제 결제망도 메시징과 결제 시스템을 통합하고 처리 시간과 비용을 낮추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움직임은 크게 네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기존 국제 금융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스위프트의 프로젝트인 스위프트 2.0이 있다. 둘째,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에 대항하는 중국의 CIPS와 브릭스 국가들의 브릭스페이와 같은 국가 주도의 탈달러 시스템이다. 셋째, 리플, JPM 코인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민간 기업들의 신흥 결제망이다. 넷째, 각국 중앙은행들이 개발 중인 CBDC 기반의 결제 네트워크들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디지털 시대 국제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WIFT 2.0
스위프트 2.0은 오래된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준비된 대대적인 혁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위프트 2.0은 ISO 20022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 스위프트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실시간 결제 기능과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의존성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위프트는 ISO 20022 도입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메시징과 결제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메시징 중심의 시스템이었던 만큼 결제와의 완전한 통합은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ISO 20022 도입은 스위프트의 사용성을 높일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전통 국제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온 스위프트에게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다.
더불어 스위프트 2.0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들과의 연계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CBDC와 스테이블코인 연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2024년 초에는 15개국 중앙은행과 함께 진행한 CBDC 연동 실험에서 20초 이내의 국가 간 결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나 유럽의 디지털 유로와 같은 각국의 CBDC가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사용하더라도 스위프트의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의 연동도 주목할 만하다. 스위프트는 USDC, USDT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을 기존 은행 간 결제 시스템에 통합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거래 정보를 ISO 20022 표준으로 변환하여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호환되도록 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과 은행들 간의 실시간 정산을 지원하며,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준수도 자동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예를 들어 한국의 은행이 USDC로 결제하고 싶을 때, 스위프트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스위프트가 기존의 약 11,000개 금융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볼 수 있다.
국가 주도의 탈달러 결제망
CIP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중국의 CIPS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2015년 출범 이후 꾸준히 참여 기관을 확대하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참여 기관들 중에는 중국의 주요 국유 은행들뿐만 아니라 HSBC, Standard Chartered, Deutsche Bank와 같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도 포함되어 있다.
CIPS는 2023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CIPS 2.0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자동화된 결제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역 금융에서의 신용장 처리가 자동화되고, 조건부 결제 기능이 구현되며, 규제 준수 절차도 자동화된다. 또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24시간 연중무휴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졌으며, 참여 기관 간 직접 정산도 가능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디지털 위안화(e-CNY)와의 통합이다. CIPS는 중국의 CBDC인 디지털 위안화와 연계하여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크로스보더 리테일 결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와도 연계하여 도시 간 국제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도 준비하고 있다.
CIPS의 실제 활용 사례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가 대표적이다. 2023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대중국 원유 수출의 약 65%가 위안화로 결제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CIPS가 핵심적인 결제 플랫폼으로 활용되었다. 전자상거래 영역에서는 알리바바, JD.com과 같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해외 거래에 CIPS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위안화 결제가 크게 증가했다. 건설과 인프라 분야에서도 CIPS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건설 대금 결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개발이나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CIPS의 성장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스위프트 기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란, 러시아와 같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CIPS를 통해 국제 금융 거래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국제 금융 질서의 새로운 변화를 시사한다.
그러나 CIPS에도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스위프트의 일평균 처리 금액인 5조 달러에 비해 CIPS의 규모(70억 달러)는 아직 매우 작은 수준이다. 또한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024년 초 기준 2.5% 수준으로, 달러화(42%)나 유로화(24%)에 크게 못 미친다. 대규모 거래 처리 능력이나 보안성 면에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CIPS는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직접 참여기관을 120개로 늘리고, 일평균 처리 금액을 1,000억 위안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IPS의 처리량과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CIPS는 스위프트와 달러의 대안체제로 존재하면서 언제든 기존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 (출처: CIPS)
브릭스페이 (BRICSpay)
브릭스페이는 현재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스위프트 2.0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결제망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브릭스페이는 단순한 메시지 교환을 넘어서 결제와 정산까지 포함하는 통합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화폐(CBDC)와 기존 은행 계좌를 통합하여 효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현재는 파일럿 프로그램과 초기 테스트 단계에 있지만, CIPS와 같이 메시징과 결제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브릭스페이의 개발은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브릭스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간 직접 거래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2024년 기준으로 브릭스 국가들 간의 무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이미 50% 이하로 떨어졌다.

트럼프는 24년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시장을 지렛대 삼아 브릭스페이의 출범을 경고했다. 그는 브릭스 통화를 출시할 경우 브릭스 국가들에게 100%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출처: Truth Social)
블록체인 기반의 신흥 민간 결제망
스위프트 2.0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국제 송금 시스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흥 결제망들은 각자의 독특한 기술과 접근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 결제 시장 내 파이를 키워가려고 하고 있다.
리플
리플의 ODL(On-Demand Liquidity)은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의 가장 큰 비효율성인 노스트로 계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인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리플은 ODL과 자체 디지털 자산인 XRP를 활용하여 이미 메시징과 결제 기능을 통합하고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의존성을 제거했다. 이는 리플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쟁에서는 기존 시스템보다 이미 한발 앞서 있음을 보여준다.
리플의 국제 결제망인 리플넷은 현재 전 세계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일본의 SBI 그룹, 태국의 시암 상업은행, 필리핀의 BDO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실제 업무에 리플넷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SEC와의 소송이 종료되고 명확한 암호화폐 규제가 확립되면 향후 미국 내 대형 금융기관들의 리플 생태계 참여가 기대된다.
JPM Coin
JP모건이 개발한 JPM Coin은 기업 간 결제와 자금 관리에 특화된 내부 폐쇄형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JP모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Onyx를 통해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메시징, 결제, 그리고 노스트로 계좌의 필요성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JP모건 네트워크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진정한 글로벌 인터체인지 네트워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부터 실제 상업적 활용이 시작된 JPM Coin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특히 다국적 기업들의 자금 관리와 국제 결제에서 높은 효율성을 입증했다. JP모건의 기존 기업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동시에 폐쇄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IBM World Wire
IBM World Wire는 스텔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국제 결제 네트워크다. 이 시스템은 메시징과 결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통합 플랫폼이며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여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에 대한 의존성을 제거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ISO 20022 메시징 표준을 완벽하게 지원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확보했다.
World Wire는 2019년 테스트 단계에서 이미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72개의 결제 네트워크와 통합에 성공했다. IBM의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확산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의 기존 기업 고객 기반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유의미한 국제 결제 네트워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리플의 공동창업자 제드 맥칼렙은 2013년 리플을 떠나 스텔라를 창립했다. 스텔라는 리플과 유사하지만, 탈중앙화와 금융 접근성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추는 프로젝트이다. (출처: CryptoSlate)
Visa B2B Connect
Visa B2B Connect는 기존의 카드 결제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기업 간 국제 결제 네트워크다.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분산 원장 기술(DLT)을 활용하여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특히 기존 은행 네트워크를 우회하여 기관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의존성을 크게 줄였다.
Visa B2B Connect는 ISO 20022 메시징 표준을 처음부터 채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더 풍부한 거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실시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Visa B2B Connect는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브라질, 인도, 나이지리아 등에서 기존에 평균 4일 걸리던 국제 결제가 3초 만에 처리되는 등 높은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의 신흥 결제망들은 각자의 강점과 특화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리플은 실시간 국제 송금에서, JPM Coin은 기업 간 결제에서, IBM World Wire는 통합 플랫폼으로서, 그리고 Visa B2B Connect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로서 각각의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성공적인 도입 사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국제 금융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CBDC 기반 결제 네트워크
CBDC 기반 결제 네트워크는 기존의 국제 송금 시스템을 구성하는 메시징 시스템, 결제 시스템,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의 역할을 통합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CBDC가 가지는 디지털 특성과 중앙은행의 직접 발행이라는 속성 덕분에 가능하다. 이는 국제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으로, 기존 인프라와의 경쟁 및 공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기존의 국제 송금에서는 스위프트와 같은 메시징 시스템이 송금 정보를 전달하고, CHIPS와 같은 결제 시스템이 실제 자금 결제를 처리한다. 하지만 CBDC 네트워크는 메시지 전달과 자금 이동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위안화(e-CNY)나 Project Dunbar와 같은 다중 CBDC 플랫폼에서는 송금 요청과 자금 결제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기존 시스템에서는 은행들이 외환 거래를 위해 서로의 국가에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예치해야 했지만, CBDC 기반 결제 네트워크는 디지털 화폐를 중앙은행 간 직접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러한 계좌 의존성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다중 CBDC 플랫폼에서는 각국의 CBDC가 실시간으로 교환되며, 별도의 중개은행 없이도 국가 간 결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
CBDC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조건부 결제도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조건(예: 상품 인도 확인)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에서 중개기관이 처리하던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CBDC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a)는 CBDC를 활용한 국가 간 결제 개선 프로젝트로, 다양한 중앙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경 간 결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화 간 환전 및 정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BIS는 CBDC를 활용한 국가 간 결제가 기존 시스템 대비 처리 시간을 99% 단축하고 비용을 95%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발전하면 스위프트 2.0과 경쟁하는 국제 결제 네트워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들이 협력한 Project Dunbar는 BIS Innovation Hub 주도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중 CBDC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여러 국가의 CBDC를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교환하고, 메시징과 결제를 통합하며,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 Dunbar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CBDC 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2023년까지의 테스트 결과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4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였다.
홍콩, 태국, UAE, 중국 본토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mCBDC Bridge는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국가 간 CBDC 교환 및 결제를 처리한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탈중앙화 속성을 활용하여 실시간 결제와 결제 리스크 감소를 실현하려고 한다. 2023년 말까지 진행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20개 이상의 상업은행이 참여했으며, 다양한 통화 간 실시간 결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의 Digital Currency Initiative (DCEP)는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를 통해 CBDC의 실제 구현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CIPS와 연계해 메시징과 결제를 통합 운영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미 홍콩, 마카오, 태국 등과 국경 간 결제를 테스트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며, 중개은행 없이도 실시간으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는 소매 및 도매 CBDC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ECB는 특히 프라이버시 보호와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2026년 정식 도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디지털 유로는 EU 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 결제에서도 유로화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다양한 CBDC 프로젝트들은 각각의 특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크로스보더 결제에서 CBDC의 활용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선택
국제 금융 생태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스위프트와 같은 기존 국제 결제망은 물론, 디지털 위안화나 브릭스페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자들, 그리고 리플이나 JPM Coin과 같은 기업들이 만든 결제망까지 모두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메시징과 결제 시스템을 통합하려 하고 있다. 이는 모두 국제 결제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시스템들의 효율성이 점차 상향평준화된다면, 어떤 변수에 의해 블록체인 시대의 국제 결제 시장의 경쟁 역학이 결정될까? 단연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달러의 주인인 미국의 선택이다. 현재 국제 결제에서 미국 달러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세계 무역의 약 44%가 달러로 결제되며,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달러로 보유되어 있다. 석유나 원자재와 같은 주요 상품들도 대부분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고 거래된다. 또한 대부분의 국제 은행들이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은행과의 계좌 연결을 통해 거래를 처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국제 결제망을 선호하고 지원할지는 향후 국제 금융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트럼프의 국정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예측불가능한 인물로 평가하지만, 사실 그의 행동은 매우 예측가능하다. 그의 모든 정책과 결정의 근간에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단 하나의 명확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5년 1월 취임 이후 그의 행보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들을 연이어 단행했다. WHO 탈퇴를 선언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에 편향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했는데, 이는 협약이 미국의 주요 산업에 부담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 국제 질서로부터의 이탈은 모두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시장 퇴출 위기에 처한 틱톡의 상황을 이용해 지분 매각을 제안했으며,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에 대해서도 미국의 더 큰 통제권을 요구했다. 심지어 멕시코 만의 명칭을 '아메리카 만'으로 바꾸려 하고 있으며, 전략적 자원 확보를 위해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틱톡 금지 조치를 75일 유예하면서 미국에서의 사업 승인을 조건으로 미국이 틱톡 지분의 50%를 확보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출처: New York Post)
이러한 트럼프의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는 새로운 국제 금융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미국에 가장 유리하고, 미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결제망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SWIFT
그렇다면 미국이 선호할 만한 국제 결제 시스템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제 가능성'이다. 현재 스위프트 시스템에서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의 수준을 살펴보면 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법적으로는 벨기에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협동조합이며, 미국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지는 않는다. 스위프트의 주요 정책들은 회원국들의 합의로 결정되며,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먼저 대부분의 국제 결제가 미국 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뉴욕 클리어링하우스가 운영하는 CHIPS를 통해 처리되는 거래들은 모두 미국의 관할 아래 있으며, 스위프트는 이러한 결제를 위한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미국은 G10 중앙은행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스위프트에 대한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9/11 테러 이후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스위프트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미국은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OFAC)을 통해 특정 국가나 기관에 대한 제재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 스위프트 체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 패권을 유지할 수 있고, 전 세계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특정 국가나 기관을 네트워크에서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리플
지금까지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기반해 스위프트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 질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과 경쟁국들의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생기면서 미국은 단순히 스위프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금융 패권을 계속해서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국제 결제망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때 미국이 리플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리플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리플은 단순히 또 하나의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미국이 새로운 국제 금융 패러다임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리플이 가진 몇 가지 특징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매우 잘 부합한다.
첫째, 리플은 규제 친화적인 기업이다.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체'를 주장하는 것과 달리, 리플은 처음부터 기존 시스템과의 '협력'과 '보완'을 강조해왔다. ODL(On-Demand Liquidity)과 같은 리플의 핵심 서비스는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기록하며, 규제 당국이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둘째, 리플은 미국 기업이다. 중국이 CIPS를 통해 독자적인 국제 금융망을 구축하려 하는 상황에서, 리플은 미국이 블록체인 기반 국제 금융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리플은 이미 전 세계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미국의 금융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셋째, 리플은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보장한다. XRP 레저는 모든 거래가 분산원장에 기록되는 구조로,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리플이 AML(자금세탁방지)과 KYC(고객확인)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자금 흐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넷째, 리플은 스위프트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리플이 스위프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액 빠른 송금이나 개발도상국과의 거래에서 리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대규모 기관 간 거래는 여전히 스위프트가 담당하는 식의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할 때, 미국은 리플을 억제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혁신으로 인정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자인 트럼프가 재집권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인 리플을 통해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에서도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할 수 있다.

대선 시절부터 트럼프 진영에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쳐 온 리플의 CEO 갈링하우스는 "이번 정부의 슬로건은 아메리카 퍼스트이며, 정부가 미국 암호화폐 회사들을 도와야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출처: Binance)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리플과 SEC의 소송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EC의 강경한 규제가 미국의 암호화폐 산업 주도권과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리플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규제를 통한 관리'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리플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리플이 가진 기술력과 네트워크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리플이 미국의 지원 하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리플의 가능성
시나리오 1: 다양한 네트워크의 공존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 금융 생태계는 스위프트 2.0을 비롯한 여러 결제 네트워크의 공존이 예상된다. 금융 기관들은 이제 더 이상 단일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 거래의 성격과 필요에 따라 가장 적합한 네트워크를 선택하여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많은 금융기관들이 스위프트, 리플넷, CIPS 등 여러 네트워크에 동시에 가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의 시암 상업은행은 스위프트를 통한 전통적인 국제 송금과 함께 리플의 ODL을 활용한 실시간 송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SBI 그룹도 스위프트와 리플넷을 모두 활용하여 상황에 따라 최적의 송금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다중 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한 것은 현대의 금융 기술이 API를 통한 손쉬운 시스템 통합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자체 개발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결제 네트워크를 동시에 연결하고, 각 거래의 특성에 따라 최적의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액 긴급 송금의 경우 리플넷을 통해 처리하고, 대규모 기관 간 거래는 스위프트나 CIPS를 활용하는 식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ISO 20022와 같은 표준 메시징 규격의 도입으로 네트워크 간 상호운용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까지 대부분의 주요 금융 네트워크가 ISO 20022를 도입할 예정이며, 이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의 원활한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마치 서로 다른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들이 표준 프로토콜을 통해 원활하게 통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나리오 2: 스위프트의 부진
스위프트 2.0 프로젝트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그 실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시스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이다. 전 세계 1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이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이 가장 큰 과제다. 각 금융기관은 저마다 다른 기술 스택과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모두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과 통합하는 것은 엄청난 복잡성을 수반한다. 더구나 ISO 20022로의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많은 금융기관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의 약 30%만이 ISO 20022 도입을 완료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큰 어려움이 있다. 스위프트 2.0으로의 전환에는 금융기관당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은행들의 경우 이러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형 금융기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운영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실시간 처리를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은 훨씬 더 많은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 대역폭을 필요로 한다. 이는 운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금융기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신뢰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스위프트의 높은 수수료와 독점적 지위에 대한 불만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스위프트의 평균 거래 수수료는 건당 25달러 수준이며, 일부 복잡한 거래의 경우 100달러를 넘기도 한다. 이러한 높은 비용 구조는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외부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리플의 ODL은 이미 실시간 국제 송금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JPM Coin도 기업 간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CIPS는 '일대일로' 참여국들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각국의 CBDC 프로젝트도 스위프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혁신의 속도 면에서 스위프트는 경쟁자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오랜 역사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리플이나 JPM Coin과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한 신생기업의 사례는 너무 많다. 국제 결제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리플의 기회
이러한 변화의 시기는 리플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플은 이미 실시간 국제 송금 기술을 상용화했으며,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특히 ODL 서비스는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없이도 실시간 국제 송금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의 가장 큰 비효율성을 해결했다.
리플의 가장 큰 강점은 검증된 기술력이다. XRP 레저는 초당 1,5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며, 거래 완결성도 3-5초 내에 보장된다. 이는 비트코인의 7TPS나 이더리움의 15TPS와 비교할 때 월등히 뛰어난 성능이다. 더욱이 리플의 합의 알고리즘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리플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SEC와의 소송에서 부분적 승리를 거둔 후, 리플은 미국 내에서 더욱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특히 일반 거래소 거래에 대해 증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은 리플의 시장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2024년 들어 미국의 여러 주요 금융기관들이 리플과의 협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리플은 또한 CBDC 시대에 대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이미 부탄, 팔라우 등 여러 국가의 CBDC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CBDC Private Ledger를 통해 중앙은행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리플의 기술은 서로 다른 CBDC들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어, 향후 CBDC 시대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 특화 전략도 리플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는 해외 근로자들의 송금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실시간 소액 송금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슬람 금융과의 호환성을 강조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맞춤 전략은 리플의 글로벌 확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5년은 국제 금융 시스템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다. 스위프트 2.0의 도입, CBDC의 상용화, 블록체인 기술의 보편화 등 여러 변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리플은 이미 검증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리플의 큰 장점이 될 것이다.